태어나서 오늘까지 개략적으로 계산해보니 약 180,000일이 나온다. 그 하루하루가 모여 지금까지 무탈하고 건강하게 살아왔으니 다행이다.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익숙하여 지루할 때도 있다. 또 어떤 하루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게 보낼 수도 있다. 아프거나 죽을 병에 걸렸을 때 죽음이 자기와 가까워온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면 그 하루를 지내는 것이 조금은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처럼 다르게 느껴지는 하루라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책, 「무탈한 하루」를 읽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 특강을 마치고 배가 고파 점심을 먹은 후, 조금 숨 좀 돌리기 위해 들른 강남교보문고에서 제목만 봤는데도 위로를 받는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생활을 시작하려는 순간 큰 병에 걸려 평범한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병으로 인하여 평범한 일상이 자신에게는 큰 행복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잔잔하게 전하고 있다.
“영문을 모른 채 오래도록 절룩거린 뒤 겨우 잡은 안온함은 말 그대로 별것이 아니었다. 봄이 오면 꽃을 구경하고 수업에 들어가고, 기숙사에 돌아가 잠을 자고 아르바이트 비를 받는 날이면 술을 마시고, 그렇게 일학년이 이학년이 되고 삼학년이 되는 일. 흔해빠진 대학생의 일상, 나에게는 몹시 간절했던 풍경들.”
90년대 후반 평범하면서도 재미있게 하루하루를 보낸 대학생활이 생각난다. 봄이 오자 중정에 둘러앉아 소풍가고, 수업 끝나고 술집에서 한 잔하며 사는 이야기로 하루하루를 마감했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그 시절 아팠던 저자에게는 이런 평범한 대학생활 조차 간절하게 그리웠던 것 같다.
“매년 똑같아 보이는 벚꽃과 목련과 개나리도
사실은 한 해 한 해 똑같지 않으며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 역시 똑같지 않기에
이 바람은 결코 소박한 것이 아니다.
가지려 크게 애쓴 바 없음에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공으로 얻은 이런 아침은
가히 축복, 이라 불러도 좋은 것.“
이 구절은 읽으면서 참 마음에 들었다.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지금 앞에 놓여있는 것 자체가 행복인 것을. 무탈하게 눈을 떠서 맞는 아침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견뎌낸 밤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가히 축복이라 부를만 하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하루니까 ‘매일 행복하게, 안온하게 이어지는 일상에 감사하며 하루를 보내자’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남은 하루도 무탈하게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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