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책 따위 읽을 마음도 없었다.

by 황상열




백수가 되다.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가 된지도 3일째다. 아직도 마음이 진정이 안되는지 머리만 아프고 무기력하게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내는 첫째아이 챙기랴…… 멍하게 있는 나를 챙기랴……이중으로 고생이다. 다행히도 해고로 인한 권고사직으로 나오다 보니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었다. 아내도 일단 실업급여 신청하고, 천천히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으니 좀 쉬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성격이 급했던 나는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무거운 마음에 좋은 말을 하는 아내에게 짜증을 냈다.


“내가 그걸 몰라? 당장 일을 안하면 이번달 카드값이나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할건데!”


하며 또 컴퓨터를 켜고 구직 사이트에 접속하여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 아내를 쳐다보지도 않고 찾아본다. 아마도 지금까지 나의 이런 태도를 참아준 아내에게 미안할 뿐이다. 괜찮은 자리가 있으면 일단 업데이트한 이력서로 몇 군데 회사에 온라인으로 지원했다. 보다못한 아내가 계속 바빠서 우리끼리 놀러도 못갔는데, 이번 기회에 첫째 아이를 데리고 대공원으로 가자고 졸랐다. 딸아이 생각을 하니 챙겨주지 못한 게 미안해서 바로 먹을 것만 챙겨서 대공원으로 갔다. 아내는 내 기분전환도 할 겸 해서 나가자고 한건데 나는 대공원에 가서도 얼굴을 찡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것만 고민했다. 가족과 같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면서 힘들었던 것도 조금은 잊고 했어야 했는데…… 초라해진 나 자신만 생각하면서 세상은 다 산 표정처럼 돌아다닐 뿐이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앉아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먹으면서도 한숨을 쉬면서 얼굴을 계속 찡그리고 있었다. 보다 못한 아내가 결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자꾸 그러고만 있을거야? 나도 속상해. 당신만 힘든 거 아니니까 제발 좀 그만해. 아이 생각해서 오늘은 좀 같이 즐기자!”


갑자기 내 머리에 뭔가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정신 좀 차리라는 하늘의 계시였을지도 모른다. 아직 세상이 끝나지도 않았고, 고작 3일전에 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되어 나왔을뿐인데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지내면서 같이 있는 가족에게조차 불편하게 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다. 적어도 아내와 아이에게 만큼은 티를 내지 말고 걱정을 끼치지 말아야 하는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나는 역시 힘들면 그게 얼굴에 다 드러나고 너무 고민을 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고 알게된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는 위로도 하고 조언도 해 주지만, 계속 의기소침하게 부정적인 감정만 표출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질려하고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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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도 부모님과 여동생을 참 이런 문제로 같이 스트레스를 주었고, 결혼하고 아내의 마음을 못살게 굴었다. 다 내가 잘못하여 자초한 일인데…… 힘들어도 마음의 평정심을 잘 유지하고 이성적으로 빨리 해결책을 찾는 것이 맞는 방법이다. 그때는 그것을 몰랐다. 마음이 계속 부정적으로 가라앉다 보니 이성적인 판단력이 흐려진 것 같았다. 아내의 말을 듣고 뭔가 느낀바가 컸다. 대공원에서 나올때까지 평상시처럼 아이와 동물원 구경도 하고 놀이기구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몇 시간을 아이를 안고 동물도 구경하고 아내와 이야기도 나누고 오후에 집에 돌아왔다. 그날만큼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즐기다 보니 조금은 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밤에 대학 동기들과 만나기로 선약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내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아까 나들이로 조금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고, 미리 잡아놓은 약속이라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수역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던 터라 아내에게 갔다오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가서 다시 즐기고 오라고 했다. 동기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으며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 동안 에 있었던 큰 일만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고…… 몇 분 정도 정적이 흘렀지만, 이내 힘내라는 위로와 함께 회포를 풀었다. 그렇게 화제를 돌리고 친구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동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들어도 일을 하면서 잘 헤쳐 나가는 모습에 다시 의기소침해졌다.



멘탈이 무너지다.


원래 여린 성격에 멘탈도 약해서 다잡았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계속 앉아있다가는 술만 더 먹을 거 같아서 동기들에게 집에 일이 생겨 먼저 가봐야겠다고 하고 나왔다.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또다시 한숨만 나오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고작 3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책임감이 강하고 성격이 급한 나는 3년 같은 시간으로 느껴졌다.


‘내가 잘못은 했지만 왜 이렇게 실패만 하고 인생이 풀리지 않을까?’

‘내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세상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 거 같기도 해’

‘왜 서울 하늘 아래 그렇게 많은 기업이 있는데 내 자리는 왜 없을까?’


다시 부정적인 마음을 먹으면서 이런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또 의욕까지 상실되기 시작했다. 아까 동기들 만나러 나오면서 잘 만나고 다시 집에 들어가면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새로운 회사도 찾아보고, 그동안 못했던 공부와 운동을 해 보려했다. 그러나 그 생각을 접게된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병과 과자 하나를 샀다. 집에서 마시면 안될 것 같아서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서 정말 오랜만에 혼자 술을 마셨다. 이렇게 풀리지 않는 내 인생에 대해 하늘을 쳐다보며 신을 원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해야 내가 빠져 있는 이 수렁을 나갈 수 있을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오로지 내 마음의 100%가 부정으로 가득차 있으니 온전한 판단을 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냥 이렇게 된 상황이 기가 막히고 억울했을 뿐이었다.

어릴 때 힘든 일이 있으면 책을 읽고 극복을 많이 했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답답했다. 정말 책 조차도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던 시기다. 바쁜 일상에 독서를 매년 초에 한다고 하지만 정작 1년이 지난 시점에 읽은 권수는 열 손가락에 뽑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씻지도 않고 누워버렸다. 만사가 다 귀찮고, 두통만 계속되었다.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 아내가 상황이 이렇게 된거 긍정적으로 보고 나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했는데 그 약속도 못 지켰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다.


나 혼자 부정적으로 생각하니 될일도 되지 않았다는 말이 실감한다. 그 상황이 좋지 않아도 웃으면서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긍정적으로 잘 넘겼으면 이렇게 내가 글을 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 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가득한 내 마음을 풀어줄 수 있었을지 몰랐다. 독서로 나를 바꿀 수 있다는 말도 그 당시는 소귀에 경읽기다. 어릴 때 독서를 좋아했지만 20살이 넘어 책을 멀리했고, 책 한권 따위도 먹고 살기 바쁜 현실에 읽기 힘들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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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독서의힘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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