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군가 나를 쫓아온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잡히지 않으려고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쫓아오는 그도 나를 잡기위해 전속력으로 뛰어온다. 모퉁이를 도니 앞이 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옆에 건물로 숨어들어 몸을 웅크려 최대한 숨었다. 눈을 감고 엎드렸다. 그가 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린다. 점점 초조해진다. 갑자기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순간 눈을 떳는데 씨익 웃고 있는 그의 표정이 보인다. 그의 손이 내 목을 조여온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꿈이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악몽을 꾸다니... 아내가 입원한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그 여파로 직장과 집안일등 이것저것 신경쓸게 많았는지 스트레스도 많았나 보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반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세수를 하고 조금은 놀란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노트북을 켠다. 한글을 열고 생각나는 대로 타자를 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2
2015년 여름부터 시작한 글쓰기는 이제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책을 위한 원고를 쓰는 일도,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나 단상도.... 다시 살고 싶어 책을 읽었고, 나처럼 인생이 힘들거나 어려운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글쓰기를 통해 나를 마주하고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남은 인생을 살고 싶은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왜 그랬는지..
첫 책 <모멘텀> 초고를 쓰면서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 꼭지를 쓰고 한 챕터가 완성될 때마다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많이 알게 되었다. <모멘텀> 초고가 완성되는 날과 출간되어 처음 책을 받던 날은 참으로 못나게 굴고 초라했던 내 모습들이 생각나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위의 질문에 스스로 생각하며 대답하면서 쓰다 보니 위로와 치유도 같이 되는 느낌이다.
두 번째 책 <미친 실패력>을 쓰면서 참 많은 경험과 시도를 하며 살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것이 업무에서나 남녀간의 사랑이나 스스로 도전했던 무엇이든 간에 그 실패가 알게 모르게 내 인생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도 글쓰기를 통해 확실히 알았다.
그러나 인생을 살면서 꼭 힘들고 어려운 순간만은 있는 것은 아닌데, 실패하고 좌절했던 경험만 글로 옮긴 것 같았다.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도 분명히 있었을텐데.. 조금은 가볍고 힐링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때부터 블로그에도 소소한 추억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세 번째 책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처음 도전했던 에세이 장르이기도 했고, 원고를 쓰는 내내 나의 10~20대 시절에 즐겁고 행복했던 소소한 순간들과 만날 수 있었다. 쓰면서 그렇게 혼자 많이 웃고 미소지은 경험도 신선했다. 이후 에세이도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블로그와 브런치에 주기적으로 나의 일상과 추억담을 쓰고 있는 중이다. 다섯 번째 책 <나는 아직도 서툰 아재다>도 매일 썼던 글을 본문으로 모아 컨셉을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도 사고치는 철없는 어른아이 컨셉으로 출간했다.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기 시작했다. 읽었던 책을 더 잘 기억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글쓰기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리뷰도 수백개가 넘어가다 보니 그것을 모아 출간한 책이 네 번째 책 <독한 소감>이다.
이번주에 여섯 번째 개인 저서가 출간되었다. 처음으로 그동안 직장에서 해오던 일을 바탕으로 실용서에 도전했다. <땅 묵히지마라>라는 제목으로 땅의 기초지식과 검토하던 몇 개의 땅 활용방안을 담은 책이다. 작년 봄부터 준비하여 출간까지 1년이 걸려 그래도 출간이 되어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롭다.
인생이 힘들고 어려운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어 작가의 꿈을 꾸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해 매일 썼다. 글쓰기 책에서도.. 내 글쓰기 사부님이신 이은대 작가님의 말씀도 그렇고.. 시키는 대로 쓰고 또 썼다. 퇴근하고 밤늦게까지 쓰다 졸면서 엎드려 잔 날도 부지기수다. 쓰다 보니 글쓰기가 좋아졌다. 쓰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힘든 일상에 나에게는 오아시스와 같았다.
또 나의 자존감을 찾아주고, 인생을 바라보는 자세와 태도도 배울 수 있었다. 아직도 모자라고 철없는 내가 글쓰기를 만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제야 어떻게 살아야할지 조금 감이 잡힌다. <나는 아직도 서툰 아재다> 에필로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온전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평생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죽는 날까지 사고치고 실수하고 또 글을 쓰면서 나를 토해내며 치유하는 작업의 반복일 것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출간한 6권의 책도 매일 쓰다보니 나온 작은 성공의 결과물이다.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 어떻게 매일 글을 쓰냐고 물어본다. 그 질문에 나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밥을 먹고, 직장에서 출근하여 일을 하고 퇴근하고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먹거나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것이 나의 일상입니다. 나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맞다. 글쓰기는 이제 내 일상이자 인생이다. 죽을때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도 써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그 일상의 기록을 통해 희노애락을 내 인생의 근사한 페이지에 남기고 싶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소개할 일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 황상열입니다.”
#나는매일쓰는사람입니다 #글쓰기 #닥치고쓰자 #마음치유 #스트레스해소 #에세이 #황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