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로 놀러간 적이 있다. 날씨가 무척 더워 사촌 형들과 함께 계곡으로 놀러갔다. 시원한 숲을 지나 눈 앞에 시원한 광경이 펼쳐졌다.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 발을 담갔다. 온 몸이 으스스 떨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시간이 지나니 적응할 만 했다.
다슬기를 잡기 위해 사촌형과 함께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갔다. 역시 상류는 물이 얕고 적어 걷기가 수월했다. 물이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고, 물 속에 비친 돌 하나를 들쳐내면 다슬기가 빼곰 그 모습을 드러낸다. 들고 간 막걸리 통에 잡은 다슬기를 넣는다. 그렇게 물길과 바위를 헤치면서 하류로 내려갔다.
중간에 갑자기 물살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두려움에 빠진 나는 사촌형에게 그만가자고 소리쳤다. 시골에서 오래 자란 그는 괜찮다고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말을 듣고 나도 형을 따라갔다. 갑자기 몸이 쑥 아래로 빠지는 느낌이다. 어라! 발이 닿지 않는다. 큰일났다! 계속 물 속으로 몸은 들어가는 중이다.
“살려주세요. 어푸.. 어푸.. 살려줘..!”
깊은 물에 빠진 것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살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역부족이다. 이미 발은 닿지 않은 상태에서 손만 계속 물을 밀쳐냈다. 그마저도 허사였다. 제발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이제 손에도 힘이 빠진 상태다. 코와 입으로 물은 계속 들어가고.. 이젠 정말 끝이라고 생각하던 그때, 사촌 형이 뒤에서 나를 안아 헤엄치고 있었다. 따라오던 내가 빠진 것을 보고 급히 수영해서 온 것이다.
가까운 땅으로 나간 나는 큰 기침에 물을 뱉어냈다. 힘이 하나도 없었다. 형이 괜찮냐고 하면서 웃는다.
“너 수영도 안 배웠냐?”
사실 수영 중 자유형만 배우긴 했는데, 장롱 수영이었던 것이다. 실전에서 아무 쓸모가 없었던..
그 뒤로 계곡이나 바다를 가거나 펜션 안에 수영장을 가더라도 내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 속에 가본 적이 없다. 단 튜브를 사용하여 잠깐 나간 것을 제외하고... 무서운 게 참 많지만, 물은 여전히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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