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것은??

by 황상열

대학교 1학년 시절이면 어김없이 매일 수업이 끝나면 선배들이나 동기들과 술을 마신다.

5월의 어느날 그 날도 열심히 선배, 동기들과 술을 늦은 시간까지 먹고 헤어졌다.

광명에서 살던 나는 집에 오려면 지하철을 타고 1호선 구일역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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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역은 지금 돔구장이 생기고 나서 사람이 많아졌지만. 20년전 그 시절만 해도 사람이 거의 없는 역사였다. 이전역인 구로역에서 사람이 많이 내리고, 구일역에선 한 두명 내릴까말까 했다.

구일역에서 우리집까지 걸어가려면 안양천 둑길을 지나야했다. 그날도 거의 막차를 타고 구일역에서 내렸으니 인적이 거의 드물었다. 가로등 하나 없은 길을 지나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역에서 내릴때부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그냥 다시 개봉역으로 가서 걸어갈까? 아니다. 피곤한데 빨리 걸어서 가자!“


이렇게 결론내리고 역사를 지나 둑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둑길을 보는데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고 깜깜하다. 도로에 차들만 몇 대 지나가는 불빛만 보였다. 걷기 시작하다가 너무 무서워서 뛰기 시작했다.

뛰다가 조금 쉬는데 저 앞에 누가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오는 사람이 있어서 갑자기 무서움이 좀 덜해졌다. 다시 속도를 늦추며 걸어갔다. 점점 다가오는 사람과 거리가 좁혀진다. 자세히 보니까 모자를 푹 눌러쓴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사람이 오니까 조금 편안해져서 계속 걸었다.


그 두 사람 사이로 내가 지나갔다. 그런데 모자를 눌러쓴 두 사람도 똑같은 차림과 똑같은 속도로 나를 지나쳤다. 이제 천천히 집에 가면 되겠다 하여 조금 쉬려고 뒤를 돌아다 봤는데...


“악!!!!” 쉬는 것 포기하고 냅다 뛰었다. 정말 소름이 끼쳤다. 내 생애 그렇게 소리 지르며 뛰어 가본적이 없었다. 뒤를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그날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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