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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의 공포

by 황상열


며칠 전부터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한글 창을 열면 글감까지 찾았는데, 갑자기 머리가 새하얘지며 어떻게 써야할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흰색 바탕 A4지를 눈으로 마주하고 있는데 이렇게 두려운 느낌은 처음이다. 흔히 작가들이 말하는 ‘백지의 공포’를 이제야 실감하고 있다.


그 전에는 부족해도 문맥이나 스토리 구성을 한번 생각하여 미리 메모한 내용을 보면서 살을 붙이면 한 편의 글이 쉽게 완성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작업을 미리 하더라도 새하얀 백지만 보면 머리가 텅 비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두통만 심해지고, 두려움만 커진다. 지금 쓰고 있는 새로운 책 원고도 겨우겨우 몇 줄 쓰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하다.


사실 그동안 매일 또는 이틀에 한번씩 글을 쓰다 보니 어찌보면 글감도 많이 바닥난 것 같다. 똑같은 주제로 다르게 써 보려 해도 비슷한 느낌이 들어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기 일쑤다. 아무래도 다시 인풋을 많이 집어넣는 작업을 좀 해야 할 듯 싶다. 책도 좀 더 읽고 여행이나 등산도 하면서 사색도 좀 하자.


정말 안 써지면 그냥 컴퓨터를 켜고 밖으로 좀 나가 걸어야겠다. 당분간 이 ‘백지의 공포’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유명 작가들도 피할 수 없었던 ‘백지의 공포’를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은 역시 피하지 말고 쓰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 글을 쓰는 작업은 가끔 고통스럽다. 지금 느끼는 그 고통이 제일 크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글을 쓸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만큼은 잘 쓰든 못 쓰든 무조건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포에서 해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래. 다시 시간을 정해놓고 바쁘더라도 그 시간에는 다시 한 줄이라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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