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사색 그리고 여행

산책자의 인문학 – 문갑식

by 황상열


20대 끝자락 가을 회사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포상으로 열흘 정도 유럽을 다녀왔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독일 3개국 7개 도시를 여행하는 코스였다. 확실히 시간이 지나도 거리를 걸으면서 내 눈에 담았던 도시 곳곳의 풍경은 계속 기억에 남았다. 오랜만에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책을 만났다. <산책자의 인문학>.. 저자는 서두에서 유럽을 여행하는 가장 좋고 매려적인 방법이 바로 산책하듯이 여행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패키지 여행처럼 꽉 짜여진 일정에 쫓기듯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보더라도 여유롭게 천천히 산책하면서 구석구석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산책의 의미가 그냥 걸으면서 풍경이나 사람을 보는 것과 함께 새로운 관점에서 보며 자기를 돌아보고 사색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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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5명의 예술가 작품과 일생 등을 이야기하며 그들이 살았던 나라와 도시의 흔적을 같이 따라간다. 저자가 산책하면서 소개하는 유럽의 곳곳 명소와 예술가들의 작품소개와 밝혀지지 않는 사생활 등을 재미나게 때론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읽다보면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 다 재미나고 흥미있게 읽었지만 가장 재미나게 본 부분은 카사노바가 모차르트가 기획한 오페라 <돈 조반니>의 주인공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퇴짜맞은 이야기였다. 또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있는 베키오 다리는 <신곡>의 저자 단테가 이어지지 못했지만, 평생을 사랑했던 연인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난 장소라는 사실도 신기했다.


“여행하는 곳과 관련 있는 예술가와 작품을 찾아보는 것이다. 시, 소설, 그림, 조각, 음악 등 우리가 걸작이나 명작이라 부르는 작품을 한껏 감상하고 여행지로 떠나면, 단지 눈에 보이는 그 공간의 현재뿐 아니라 과거까지 여행할 수 있다.”


여행과 예술의 만남은 참 조화롭다. 다시 29살 가을 바티칸 성당 안에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를 직접 마주했을 때 그 느낌은 경이롭다 못해 뭔가 압도당했다. 르네상스 시대로 다시 돌아가 미켈란젤로가 정말 힘들게 그리고 있는 표정이 떠올랐다. 역시 책으로만 보다 직접 예술작품을 보며 여행하는 것은 현재와 과거를 아우를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다.


책을 읽고 나니 다시 한번 유럽여행을 한 기분이다. 이번에는 예술 테마로 저자가 가이드가 되고, 나는 그를 쫓아서 가는 형국이다. 어디 일정에 급하게 쫓기지 않고, 천천히 산책하듯이 걸으면서 그가 설명하는 예술 작품을 구경하는 느낌이 들었다.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여행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여행읕 통해 잠시 쉬면서 나를 돌아보고 다시 살아가기 위한 힘을 얻는다. 이 책은 그런 여행의 기분을 직접 들게 하여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이 시원한 가을에 잠시 머리를 식히고 이 책으로 유럽의 예술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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