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호수 - 정용준 작가님
오랜만에 소설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 윤기는 27살에 무주를 만나 4년간 연애를 했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헤어지게 된다. 사랑에도 권태기가 오자 무주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다라는 말에 윤기는 욱하는 마음에 화를 낸 것이 이별의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스위스로 떠났다. 그리고 7년 뒤 윤기는 스위스에서 무주와 재회한다. 이별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왜 그때 나를 떠났는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며 읽다보면 두 사람의 감정에 이입되어 내가 그녀를 실제로 만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불같은 사랑을 하다가 그것이 식어가면서 이별을 하게 된다. 이별 후 다시 재회하기는 쉽지 않다. 소설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등 유럽을 배경으로 이별 후 재회한 윤기와 무주의 감정을 솔직하고 감성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너답다고 생각했어. 넌 늘 너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 빈에 왔겠지. 마침 내 생각이 났겠고 이참에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겠지. 선 같은 거 없어. 감정이 선이야. 감정이 없다면 지킬 선도 없는 거지.”
윤기를 사랑했던 무주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라는 질문에 그가 화를 내자 일방적으로 이별통보를 한다. 7년 뒤 그녀는 다시 만난 그에게 널 사랑해서 잡아주길 바랬는데, 그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무주는 윤기를 너무 사랑했지만, 반대로 그가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은 무뎌진다. 미련 따위도 이젠 없다. 더 이상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으니 지켜야 할 선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난 너와 다시 연락하고 싶어. 친구처럼 지내고 싶고. 또 난 너와 다시는 연락하고 싶지 않아. 친구처럼도 지내고 싶지 않고. 어떻게 하면 너와 연락하고 친구로 지내기 위해 연락하고 싶지 않은 이유와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은 이유를 없앨 수 있을까?”
마지막 윤기가 무주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다. 계속 다시 만나고 싶으면 연락을 하면 되고, 만나기 싫으면 연락을 끊으면 그만이다. 이 질문 자체가 서로 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분명히 하나를 골라야 행동이 이루어지는데, 두 개는 같이 붙어 다니는 존재이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별은 같은 세계의 양끝을 걸어가는 것이라면 작별은 다른 세계로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별은 헤어지더라도 미련이 조금은 남아 있어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라면, 작별은 이제 정말 다시 보지 말자는 생각으로 서로 갈 길 찾아서 떠나는 게 아닐까 싶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다가 서로 간의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오해가 생기고 그것이 쌓이면 이별을 하게 된다. 그 이별 뒤 시간이 흐르고 상대방을 다시 만났을 때 예전처럼 소통이 가능할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실제로 느꼈던 감정들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잔잔하게 읽었던 책이다. 사랑했지만 이별 후 쓸쓸한 이 가을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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