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3기네요. 앞으로 길어야 몇 개월입니다.”
10년전 어느 의사에게 이 말을 듣고 손이 벌벌 떨렸다. 아니 이제 33살인데 몇 달 밖에 살지 못한다고? 믿기지도 않고, 믿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을 물어봐도 의사의 대답은 같았다. 병원을 나오면서도 놀라고 멍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어차피 오래 못산다고 생각하니 그냥 놀고만 싶었다. 친구들을 불러 밤새 술마시고 놀다가 늦게 들어갔다. 아침에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니 믿지 않다가 같이 붙잡고 울었다. 며칠 뒤 오진 판정으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정말 시한부였다면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나이는 계속 먹어가고 그에 따른 신체기능도 계속 떨어진다. 40대에 접어들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더 느끼는 중이다. 확실히 피로회복속도도 느리고 면역력도 약해진다. 조금만 관절을 삐면 병원으로 직행이다. 몇 년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만약 또 1년 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받는다면?
의사에게 또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처음에는 놀라다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게 첫 번째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빨리 인정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무슨 일이든 현실을 바로 즉시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소중하게 쓸 수 있는 확신이 든다.
두 번째는 내게 남은 시간이 365일이라고 가정한다. 매일, 매주, 매월로 무엇을 할지 계획을 짠다. 하루도 시간단위로 쪼개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일로 가득 채우지 않을까 싶다. 4시간 독서, 4시간 글쓰기, 4시간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 사람사는 이야기 하기, 4시간 식사와 운동, 8시간 수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세 번째는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을까 싶다. 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직 그 은혜에 보답하지 못했다. 시간을 쪼개 먼저 연락하고 찾아가 10분이라도 담소를 나누면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며 삶의 마지막을 정리한다.
네 번째는 아직 이 지구상에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떠날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해외와 국내의 멋진 풍경을 카메라가 아닌 내 눈에 직접 담고 싶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최대한 많은 장면을 보고 떠나는 게 소원이다.
다섯 번째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아직 헤어지기 싫지만, 떠나는 날이 정해져 있기에 일분 일초가 아쉬울 것이다. 숨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필생의 역작을 남기고 싶다. 괴테가 평생을 거쳐 <파우스트>를 남긴 것처럼 그렇게까지 아니지만 스스로 보기에 부끄럽지 않는 나만의 역작을 남기는 것이다. 아마 1년밖에 남지 않았으니 쓸 힘이 있을 때 최대한 집중하지 않을까?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다가 하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의 인생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떤 소원을 이루고 이 지구별과 이별을 하고 싶은가? 일생에 한 번 정도는 고민할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매 순간 지금 최선을 다해 열심히 내 삶을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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