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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Feb 15. 2020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지난주 삼청동 사차원 카페 강연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이다. 종로3가역에서 내려 1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걸어가던 중이다. 통로 한 쪽에 엎드려 있는 허름한 행색의 노인이 눈에 띄었다. 추운 날씨에 몸을 덜덜 떨면서 돈을 구걸하는 중이다. 낡은 점퍼 하나로 의지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딱해 보였다. 지갑을 여니 1000원 지폐 몇 장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다시 환승통로로 향하는 중 큰소리가 들렸다.     

“아! 냄새나. 이 거지 같은 사람은 왜 여기 있는 거야?”


뒤를 돌아보니 20대 커플로 보이는 두 남녀가 노인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중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 진짜 재수없게. 내 신발에 뭐가 묻은 거 같아.”    


대화를 들을수록 혈압이 오른다. 가서 한마디를 해주고 싶어 가는 찰나에.    


“야! 니들이 더 재수없어. 어디 못된것만 쳐먹어 가지고. 니들 갈길이나 가라. 이것들아!”    


건장한 체격의 중년 아저씨가 그 커플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커플 중 남자가 아저씨에게 뭐라고 대들라고 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았는지 기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하다 하며 그 자리를 급히 피했다.     


“어르신, 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집이 어디신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집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노인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집에 서둘러 가야했기에 그 이후 일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모른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기품을 보여준 아저씨의 행동과 어쩌다 구걸까지 하며 힘든 삶을 살게 된 노인의 모습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 행색이 초라해져 버렸지만, 노인도 자기 인생에서 황금같은 시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어떤 계기가 되어 모든 재산을 날리고 가족과 헤어졌을지 모른다. 흘리는 눈물을 보면 지나간 세월에 대해 후회를 했을지 모른다. 노인을 도와준 아저씨의 품격도 참 소중하다. 지금 본인들이 잘 나간다고 생각하는 그 20대 커플도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 세상 아래 소중하지 않는 것은 없다. 어떤 사람도 사물도 분명히 어떤 목적이 있어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면 안된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부터 반성한다. 여전히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갑질하거나 무시한 적은 없는지. 오늘부터라도 내 앞에 있는 모든 사람과 사물들을 소중하게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당신의 존재는 우연이 아니다. 특별한 재능을 받았으며, 사랑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라고 말한 막스 루카도의 말이 계속 생각나는 아침이다.    


“이 세상 아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지금 상황이나 현실이 초라할지라도 당신은 이 세상에 가장 빛나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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