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Maybe 너와 나의 암호말 - 양준일
90년대 대중가요를 듣고 부르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한 방송사에서 하는 “슈가맨”이란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다. 벌써 시즌3가 한창 진행중이다. 지난 과거 인기 가수들을 소환하여 그때 그 시절을 다시 느낄 수 있어 좋다. 주말에 쉬다가 재방으로 자주 본다. 이소은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본 방송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유투브에서 “시간여행자”, “시대를 앞서간 가수”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다시 인기몰이를 시작한 가수 양준일이 그 주인공이다. 그가 데뷔했던 시기에 나는 중학교 1학년 이었는데, 잠깐 화려한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이 기억난다.
3장의 앨범을 냈지만 절반의 성공만 거둔 채 2001년 가요계에서 사라졌다. 그 후 14년 동안 어머니와 영어 공부방을 차려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한 학부모의 농간으로 다시 문을 닫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서빙과 청소일을 하며 5년간 어렵게 살고 있을 때, 슈가맨 프로그램에 섭외를 받게 되었다. 방송출연을 고사했다. 출연하면 다시 일자리를 잃고 월세를 못 낼까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조건으로 다시 한번 출연하여 자신의 멋진 춤과 노래를 30년만에 선보인다. 정말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노래와 춤이다. 특히 5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잘생기고 멋진 그의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신드롬 급의 인기를 가져오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인성이었다. 인생의 힘든 굴곡이 많았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다시 팬을 만날 수 있었을까 라는 겸손과 낮은 자세가 그를 더 돋보이게 했다. 슈가맨이 끝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돌아오라는 팬들의 요청에 다시 한국에 복귀했다. 팬들이 있어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되어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를 보며 나도 팬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인생을 담은 책 발매 소식을 듣고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91개의 열쇠말을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통해 재해석했다. 제목의 maybe는 지금 자신의 삶이 아마도(maybe) 이것이 전부가 아니고 다른 세상도 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지었다고 한다. 즉 지금 비록 인생이 시궁창이지만 아마도 다른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그의 가치관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싶다.
10살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인종차별도 겪었지만, 마이클 잭슨의 춤을 보고 가수가 되고 싶어했던 이야기, 한국에 와서 가수로 데뷔했지만 편견으로 인해 가진 재능을 꽃피워보지도 못한 이야기, 슈가맨 출연 전까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서빙으로 힘들게 살았던 최근 이야기와 이것을 통해 느낀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짧은 글로 잘 나타내고 있다. 챕터가 따로 없고, 라이브 방송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자기가 보고 싶은 페이지를 펼쳐서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을 보지 않고 미래만 바라본다면 어떻게 현실에 충실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것은 이 순간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다.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인데, 자꾸 나중에 잘되면 해야지라고 먼 미래만 바라보고 살았다. 현실에 충실하지 않고 불평만 하면서. 앞으로 따로 큰 계획을 세우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순간순간에 충실하게 내가 하는 일을 묵묵히 하려고 한다.
인생의 명과 암을 다 겪고 그 안에서도 아프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버텨낸 그이기에 짧은 글이지만 긴 여운이 남았다. 지금 자기 인생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 힘든 시간을 버티고 다시 비상하기 위해 시작하는 그를 계속 지지하고 응원한다. 아직 내 삶에 전성기가 오지 않았지만 아마도 언젠가 올 거라고 굳게 믿고 나도 나만의 길을 묵묵히 가고자 한다.
“준일아,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어.”
슈가맨에서 양준일이 20대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다. 인생은 정말 내 뜻대로 당장 이루어지지 않지만 언젠간 완벽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는 날은 반드시 온다.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하자. 그게 이 책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마지막 메시지다.
#양준일MAYBE #너와나의암호말 #양준일 #양준일에세이 #에세이 #시간여행자 #에세이추천 #독서 #리뷰 #서평 #황상열 #책씹는남자 #독한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