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나요?

by 황상열

대학 졸업반 시절 대기업과 공기업을 가고 싶어 열심히 취업준비를 했다. 소위 스펙이라는 것을 맞추기 위해 토익과 자격증 공부도 착실히 했다. 나름대로 준비가 되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에는 모조리 지원했다. 한 곳이라도 합격할 줄 알았지만, 모두 떨어졌다. 집안사정으로 취업을 빨리 해야해서 작은 설계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몇 달 후 동창회나 모임에 나갔다. 꽤 많은 동기들이 취업하여 일을 하고 있었다. 서로 어디에 다니는지 궁금했다. 안부를 물으며 명함을 교환했다. 받는 명함마다 다 알만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다.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사실 그들의 개인적 정체성이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이 부러웠다. 거대한 단체에 소속되어 당당하게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이 괜히 위축되었다. 새로 생긴 작은 설계회사의 이름을 동기들에게 밝히는 것이 싫었다.


여기서 위에 언급한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의 의미를 알아보자. 개인적 정체성은 자신의 고유 특성이 나타나는 성질이다. 사회적 정체성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 가지는 소속감을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가진 정체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이나 집단과 비교한다.


그 비교를 통해 자기가 속한 집단의 위치가 높으면 우월감을 갖고 낮으면 자괴감에 빠진다. 예를 들어 삼성에 다니는 사람이 중소기업을 다니는 친구를 보고 우월감을 가진다면 사회적 정체성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보통 개인적 정체성이 없거나 낮은 사람들이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남을 많이 평가한다고 한다. 그만큼 스스로 내세울 게 없으니 자신이 어떤 큰 단체에 소속이 되어서라도 자부심을 드러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보니 이렇게라도 해야 남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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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회사에 다닐때까지 꽤 많은 직장을 옮겨 다녔다. 다니던 회사가 중소기업이 많았다. 좋은 직장을 다니는 친구나 지인들을 부러워했다. 나이가 들수록 마흔 전에 좋은 회사를 가지 못하면 영영 낙오자가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독서와 글쓰기를 만나기 전까지 나조차도 사회적 정체성으로 자신과 남을 판단했다. 늘 이런 잣대로 비교하고 판단하여 초라해지는 나 자신이 싫었다.


이런 자신을 바꾸기 위해 생존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 두가지 도구를 통해 개인적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 글 쓰는 엔지니어/직장인이라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공대를 나와 기술자로 일하는 사람이 책을 읽고 쓰는 작가라는 정반대의 성질을 장착했다.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당당하게 나만의 개인적 정체성을 드러내어 소개한다. 나도 모르게 낮았던 자존감도 조금씩 올라갔다.


유명한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의 본질은 그의 ‘실존’에 있다.”고 했다.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살 때 이 세상에 실존한다고 할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스스로 실존한다고 외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만의 모멘텀을 찾아 남은 인생의 무대에서라도 주인공처럼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서 오늘부터라도 사회적 정체성이 아닌 개인적 정체성을 장착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자.


“당신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나요? 아직도 남이 갖고 있는 것에 기대어 나를 드러내고 있지 않은지.. 작아도 나만의 무기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 자체가 가장 빛나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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