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몇 년 만에 봉사활동을 하던 보육원에 갔다. 2016년까지 매년 2~3차례 찾아가 아이들에게 일일 선생님이 되어 상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가게 된건 당시 내가 일일 선생님을 맡았던 중학생 아이의 연락을 받고 나서였다. 올해 대학생이 되었다고 기뻐하는 그를 축하해 주러 가는 길이다.
중학생 3학년이었던 그와 처음 만났다.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엄마는 그를 보육원에 두고 도망갔고, 아빠란 사람의 얼굴은 누군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내 질문에 겨우 몇 마디 단답으로 대답할 정도로 조용한 친구였다. 나중에 원장님께 들었지만,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도 당하면서 더욱 어두운 성격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혼자 책을 보며 잘 극복하는 것 같다고 했다.
책 이야기를 하자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내가 다시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것도 독서라고 말하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답만 하던 그 친구가 물어보기 시작했다. 정성껏 내가 어떻게 책을 읽고 적용했는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기록하는 그 친구의 태도가 기특했다. 사춘기 시절 책을 더 보지 않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원장님께 들은 이야기도 있어 왜 그렇게 책을 읽는지 물어보았다.
“책이 내 부모님이자 친구에요.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책을 읽을 때가 제일 행복해요.”
당시 고작 16살 밖에 되지 않은 사춘기 학생으로 얼마나 부모님의 사랑이 그리웠을까 생각하니 착잡했다. 그 빈자리를 독서를 통해 채우고 있었다. 직접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책으로 배운 셈이다. 물론 보육원 선생님의 보살핌도 있지만 아빠와 엄마에게 직접 받는 그 사랑을 얼마나 목말라 했을지.
“혹시 부모님이 보고 싶진 않니?”
“........ 딱 한번은 만나고 싶어요. 날 낳아준 그 분이 어떤 사람인지. 왜 나를 버렸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참 담담하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오히려 내가 울컥했다. 역지사지로 내가 그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후 나는 지속적으로 그가 좋아하는 책을 보내주었다. 가끔 문자로 책을 읽었던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일이 바빠서 한동안 봉사활동을 가보지 못해 직접 만나진 못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책을 벗삼으며 공부에 매진하여 좋은 대학에 합격하게 된 것이다.
“선생님 덕분에 좋은 책도 많이 읽고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 가서도 열심히 공부할게요. 감사합니다.”
그가 보낸 짧은 문자에 뭉클했다. 나의 작은 관심이 그 학생의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뿌듯했다. 부모가 없이 혼자 자랐어도 엇나가지 않고 잘 자란 그가 자랑스러웠다.
삼중고를 겪은 헬렌켈러는 설리번 선생님의 도움으로 세계적인 사람이 되었다. 설리번 선생님 본인도 불행한 가정에서 태어나 실명했지만 좋은 신부와 신문사의 도움으로 개안수술을 받고 다시 태어났다.
“다른 사람의 필요를 자기 자신의 필요만큼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할 때 사랑은 시작한다.”라는 말을 남긴 설리번 선생님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작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면 기적은 시작된다. 이제 대학에 들어가는 그의 새출발을 같이 축하한다. 누군가의 인생에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기쁘다. 혹시 옆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관심을 가져주자. 당신의 따뜻한 한 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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