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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r 07. 2020

당신도 멀티 페르소나입니까?

얼마전 읽었던 <트렌드코리아2020>에서 올해 유행하는 트렌드 중의 하나가 “멀티페르소나”였다. 우리말로 하면 “다중인격. 다중적 자아”로 표현할 수 있다. 의미를 찾아보니 “ 각각 다른 상황과 장소에 맞게 여러 다른 자아로 변신하여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나온다. “페르소나”는 가면이자 배역이라 할 수 있다. 로마시대 배우들이 가면을 쓰고 각자 맡은 배역으로 연기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멀티 페르소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퇴근 후에 취미 활동이나 부업 등으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상황에 맞게 가면을 바꿔쓰며 적절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요새 2030 세대에서 이런 모습이 뚜렷하지만, 예전부터 이렇게 살아가는 선배들의 모습을 많이 봤다.


9년전 다른 회사로 파견을 나가 근무하던 시절에 만난 한 선배도 전형적인 “멀티 페르소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낮에는 항만 엔지니어로 큰 뿔테 안경을 끼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설계에 몰두했다. 야근하고 늦게 끝나더라도 바로 집에 가지 않았다. 퇴근 후 그가 향한 곳은 댄스교습실. 살사, 지루박 등 능숙하게 스텝을 밟는 사교댄스 선생님으로 활약했다. 2시간 시원하게 땀을 빼면 업무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했다. 뿔테안경을 벗고 렌즈를 낀 그의 모습은 사무실에서 봤을 때와 사뭇 달랐다. 두 가지 활동을 능숙하게 하면서 행복하고 즐기는 인생을 사는 진짜 멀티 페르소나였다.


현재 나는 직장에서 토지 활용 방안 및 인허가 등을 검토하는 일을 한다. 퇴근 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작가로 또 가끔 사람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알려주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5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위에 언급한 생활을 영위할 줄 생각도 못했다. 지금 회사에 오기전까지 하루종일 회사에서 바쁜 업무에 시달렸다. 하루 12~13시간 근무는 기본이었다. 오로지 직장인 모드로 살았다. 어쩌다 일찍 끝나면 지인이나 친구들과 술 한잔 하거나 자는 게 일상이었다. 피곤에 쩔고 스트레스를 달고 살았다.


단 한 개의 가면을 쓰고 직장인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데 너무 힘들었다. 억지로 야근과 철야근무까지 하면서 했던 일의 결과가 발주처의 욕으로 돌아올 때 그 느낌은 정말 억울하고 분했다. 어쩔 수 없이 을의 위치에서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늘 갑에게 갈굼을 당했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불만만 늘어갔다. 행복하지 않았다. 다른 가면 속의 나를 찾고 싶었다. 생존독서와 글쓰기를 만나면서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 나는 멀티 페르소나로 살면서 즐겁다. 여전히 잘 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쓸 때만큼은

행복하다. 무얼 써야할지 글감을 찾고,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여 잘 엮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 자체가 머리는 아프지만 한 문장씩 쓰면서 풀어 나가는 과정이 즐거운 일이다. 다시 직장에 가면 회사원 모드로 전환하여 업무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도 정말 즐겁게 하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멀티 페르소나로 살다보면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나는 멀티 페르소나 자체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 전까지 몰랐던 자신의 다양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국민MC 유재석이 트로트 신인 “유산슬”로 다시 태어났을 때 자신도 몰랐던 트로트 끼를 마음껏 뽐냈다. 그냥 어떤 상황이나 장소에 맞게 자신을 잘 맞추어 적당한 가면을 쓰고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현재 멀티 페르소나로 살고 있나? 아직 그렇지 못하다면 일단 하고 싶은 것을 찾자. 그리고 일단 시작하고 즐기면서 그 역할에 몰입해보자. 미처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어떤 가면이 나올 수 있다. 스스로 정말 원하는 모습의 나를 가질 수 있는 그런 가면을 찾아 자신만의 멀티 페르소나로 멋진 인생을 살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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