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다니던 세 번째 회사에서 한 개발사업이 추진 중에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을 검토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팀장이던 이사가 3일의 기한을 주었다. 이틀 내내 고민하고 밤새가며 검토 보고서를 완성했다. 아침 일찍 출근한 이사에게 바로 보고서를 보고드렸다.
“야! 보고서 내용 이렇게밖에 못 쓰냐? 내가 발로 써도 이것보단 잘 쓰겠다!”
“죄송합니다. 틀린 부분을 다시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야! 대리라는 놈이 보고서 하나를 못 쓰면 어떡하냐? 내용의 표준화 몰라?”
“이사님 표준화라는 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한번 알려주시면 다시는 틀리지 않겠습니다.”
“야! 내가 일일이 다 알려줘야 하냐?”
이사의 그 한 마디에 순간 욱했다. 내 감정의 온도는 섭씨 80도까지 올라갔다. 부글부글 끓기 직전이다. 20도만 더 올라가면 이사와 부딪히기 직전이다. 갑자기 앞에서 그는 내가 쓴 검토서를 구기더니 찢어버렸다.
“아아아아악!” 결국 폭발했다. 찢어져 바닥에 떨어진 검토서 조각에 눈이 뒤집혔다.
“대체 그 표준화가 뭔데 그러십니까? 이사님은 처음부터 잘 쓰셨습니까? 혼나고 욕을 먹는 건 괜찮지만, 문제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수긍할 수 있는데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이미 내 감정의 온도는 100도가 넘었다.
나의 갑작스런 반응에 이사는 당황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평온한 목소리로 빨간색으로 수정사항을 각 장마다 적어놓았으니 참고하여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감정온도는 정말 차가웠다.
“이제 우리 그만 만나. 더 이상 앞으로 연락하지 마.”
“왜 갑자기 그런거야? 내가 잘못했어. 한번만 봐줘.”
“아니야. 이제 정말 우린 끝이야.”
“진짜 왜 그래. 내가 더 잘 할게. 용서해줘.”
몇 번의 기회를 주었지만 이미 감정 정리가 끝난 상대방의 온도는 차갑다. 차인 당사자의 감정은 여전히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 뜨겁다. 시간이 지나도 사랑의 감정이 정리가 되지 않으면 그 뜨거움에 가슴이 아프다.
내 감정의 온도가 뜨거웠다 차가웠다 반복할 때마다 마음이 불안했다. 그러다 감정의 온도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때가 가장 위험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 상태가 가장 우울한 상태이다.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온도는 뜨거움과 차가움의 중간 상태인 미지근할 때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가장 좋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이미 식어버린 차가운 감정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너무 뜨거운 감정으로 분노를 표출하면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가끔 감정의 적당한 온도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힘든 날을 보낼 때도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이 시기에 자신 감정의 온도가 언제 적당한지 한번 살펴보자. 감정만 잘 관리해도 인생은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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