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출근길이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집에서 나왔다. 지하철역까지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니 5분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제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내려가기만 하면 수월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갈 때까지 난간을 잡고 서서 기다리는 게 원칙이나, 대부분 빨리 가야 하는 마음에 걸어서 이동한다. 내려가는데 누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비켜달라고 소리친다. 내가 사는 곳의 지하철역은 에스컬레이터가 한 줄이라 그런 경향이 더 높다.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내려가려고 하는데 내 앞에 어떤 여자가 기다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처음에는 서서 기다렸다. 내 뒤에 오는 사람이 갑자기 비켜달라고 소리친다. 뒤를 돌아보니 어떤 여자가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내가 비켜주고 뛰어내려가다 내 앞에 서서 기다리던 여자와 충돌했다. 두 여자가 넘어지며 에스컬레이터에서 굴렀다.
다행히 거의 내려온 지점이라 크게 부상당한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내 앞에 있던 여자가 일어나질 못한다. 쳐다보니 한쪽 발에 깁스를 한 상태였다. 그랬다. 이미 발을 다쳐 이동이 불편한 상태다 보니 에스컬레이터에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상황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조급한 마음에 먼저 비켜달라고 소리쳤을지도 모른다.
쉽게 단정지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잘 참고 기다렸다는 사실에는 안도했다. 사실 내 뒤에 더 급한 여자가 아니었다면 내가 먼저 앞에 서 있던 여자를 밀치고 갔을 것이다. 일단 역무원을 불러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출근시간에 늦을까봐 지하철 플랫폼까지 뛰어갔다.
오늘 아침 단톡방에 지인이 올려주신 글을 보고 어제 상황이 다시 생각났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인간관계가 왜 힘든지 조금 알게 되었다. 바로 이것 때문에 관계가 끊어지고 틀어진다. 바로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성급함)” 때문이다. 어차피 사람은 본성이 자기 위주로 먼저 생각한다. 여기에 조급함이 더해지면 상대방보다 빨리 말하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기다리지 못하고 자기 감정을 쏟아붓고 단정지어 버린다.
나조차도 욱할 때마다 지금 내 감정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늬앙스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생각없이 말을 내뱉은 적도 많다. 상대방의 감정은 어떤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당연히 그 상대방과의 인연은 거기서 끝났다. 한번 더 기다리면서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넓은 아량으로 이해했다면 그렇게 관계 단절을 예방할 수도 있었을텐데.
남들보다 조급한 성격이 강해서 잘 지내던 사람들과 관계를 스스로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돌아보면 참 후회스럽다. 그래서 지금은 그 조급함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상대방의 말을 먼저 들으려고 한다. 내 앞에 있는 상황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판단하고자 한다. 혹시 나와 같은 분이 있다면 그 조급함과 이별하는 연습을 해보자.
“한번의 성급한 판단이 모든 관계를 망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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