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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pr 11. 2020

그를 닮아가는 나를 보며

아버지와 나 


지난 주말 아버지도 이제 우리나이로 70살이 되었다. 그 칠순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같이 준비한 용돈 케이크에 붙을 붙여 축하 노래를 부르고, 70년을 살아오신 아버지의 소감을 들었다.   

   

“"70살이 된게 실감이 나지 않아. 그냥 정말 꿈을 꾼 것처럼 인생이 한순간이네. 정말 빨리 지나갔네." 

    

기쁨보단 그 동안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담담한 표정을 보인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며 지난 과거를 반추한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이렇게 최소한 사람구실을 하면서 사는 것도 어떻게 보면 부모님 덕분이다. 특히 풍족하지 않지만 그래도 부족하지 않게 살았던 이유도 아버지의 강한 책임감이 아닐까 싶다.      


마흔이 넘어가며 점점 가장의 무게가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함을 느낀다. 하루하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렇게라도 살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지만 가끔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런 날은 동료나 지인들과 회포를 풀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인생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각자 비슷한 상황에 있다보니 서로 공감하고 위로한다.      

40대의 아버지도 그랬을 것이다. 40대 중반까지 잘 다니던 대기업에서 IMF 위기가 터지고 나오게 되었다. 가세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 것도 모르던 20대의 나는 철없이 술만 마시고 지내면서 아버지에게 돈을 요구했다. 지갑에서 꼬깃꼬깃 접은 만원 지폐 한 장을 내 손에 올려준다. 이것밖에 없다는 말씀에 화를 내고 나간 내 모습을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는 우리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셨다. 반토막난 월급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나와 여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과 낮이 바뀌는 교대근무도 묵묵히 수행했다. 살기가 힘들다 라는 말을 아버지의 입에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혼자서 얼마나 그 힘들고 외로움을 속으로 삭히셨을까?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된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었다. 그 당시 아버지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술 한잔 따라드리며 좋았을 것을. 이 못난 아들은 항상 한 발 늦게 깨닫는다. 그를 닮아가는 나를 보며 인생을 배웠다.       


그렇게 아버지는 70살이 된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 약 내 나이만큼 43년 정도를 현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자라온 내가 배운 건 아마도 그의 부지런함, 성실성이 아닌가 싶다. 또 나도 내 자식들을 아버지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보살펴야 할 책임감도 포함해서 말이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평생 아버지의 무게를 몰랐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며 자신의 꿈은 포기하면서 하루하루 묵묵히 일상을 살아온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달았다. 물론 난 내 꿈은 포기할 수 없다. 다만 힘든 일이 있더라도 가장의 역할은 묵묵히 수행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것이 아버지가 나에게 알려준 인생의 마지막 과제가 아닐까?      

“철없는 시절에는 몰랐습니다. 이제야 조금씩 아버지를 닮아가는 저를 봅니다. 키워주셔서 사람구실 하게 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제 곁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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