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도 만나기 싫은 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
8년 전 2월 마지막 날. 4년동안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날이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짐정리를 하고, 남은 직원들과 송별회를 했다. 송별회 자리에서도 그렇게 슬픈 표정은 짓지 않았다. “팀장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말하며 술 한잔 따라주는 팀원들에게 고맙다 라고 웃으며 인사했다. 자리가 파하고 거의 집에 왔는데 잠시 가만히 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전봇대를 응시했다. 참 열심히 자부했는데 결과가 이러니 갑자기 억울함이 밀려온다. 다 잠들고 조용한 거리가 떠나가도록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냐고 울부짖었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날.
이제야 그동안 고생했던 보람을 느끼며 뿌듯한 날.
독서로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나와 같은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한 꼭지씩 썼던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첫 책 출간 후 저자 증정본을 받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모멘텀> 책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글을 쓰면서 엄청 괴롭고 힘들었지만, 그것을 해내고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기쁨과 보람이 뒤섞였다. 이후 책이 출간되고 처음으로 내 손에 쥐어진 순간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문득 그리운 사람이 보고싶은 날.
주관적으로 자신의 인생에 반짝이는 순간을 함께했던 그 사람이 생각나는 날.
가끔 그런 날이 있다.
그냥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날.
세상사는 게 왜 이렇게 팍팍한지 한숨쉬어 지는 날.
가끔 그런 날이 있다.
그 사람만 생각하면 가슴 떨리고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은 날.
매순간 뭐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설레이는 날.
인생은 가끔 그런 날들의 반복이다.
오늘은 어떤 그런 날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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