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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r 24. 2020

나는 아직도 서툰 아빠다

“아빠는 나빠! 나한테 화만 내! 나빠! 왜 나한테만 화내!”

“니가 말을 안 듣잖아. 왜 하지 말라는 행동을 계속하는 거야?”    


하루에 2~3번은 벌어지는 7살 아들과의 사투다.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와 유치원 개학이 계속 연기되어 3개월째 집에만 있는 아이들이다. 주중에는 회사에 있다보니 하루종일 같이 있는 아내가 무척 예민해져 있다. 아마 집에서 아이들과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이 힘이 많이 들거라 짐작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최대한 타인과 만나지 않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퇴근하면 바로 집에 간다. 피곤하지만 나보다 더 지쳐있을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11살된 첫째 아이는 하지 말라고 하면 절대로 하지 않는다. 학교에 가지 않아 무척 좋아하는 어린이지만, 자기 할 일은 척척 잘한다. 본인이 보기에 내가 정도가 지나친 일을 하면 잔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이제 사춘기가 오려는지 무척 나의 말에 반항도 많이 한다. 막내는 이제 3살이다.  아직은 아빠, 엄마를 빼고 말은 잘 못하는 아기다. 잘먹고 잘자면 하루종일 울지도 않고 뛰어다니는 순둥이다. 가장 맞추기 힘든 아이가 바로 7살된 둘째 아이다.     


장난끼 많고 온 집안을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에너자이저다. 자라고 해도 밤 12시까지 자지 않고 버틴다. 밥과 고기, 멸치, 김, 뿌셔뿌셔, 건빵 등 좋아하는 음식을 제외하고 절대 먹지 않는다. 입도 짧다. 하지 말라는 짓을 더 많이 하는 청개구리다. 사는 집이 4층이라 층간소음으로 뛰지 말라고 해도 계속 쿵쿵 뛰고 있다. 한 두 번 말로 타일러도 도로아미타불이다. 수 십차례 이야기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결국 폭발한다.     

“회초리 가져 온다. 한 번 뛸때마다 발바닥 1대씩 맞는다.” 

“아빠는 왜 맨날 화만 내. 나 기분 안 좋아!”

“니가 말을 안 들으니 아빠도 기분이 안 좋아.” 


회초리로 발바닥 1대를 때렸다. 마음이 안 좋다. 


“아빠. 아파요. 때리지 마세요. 안 뛸게요.”

“진짜 한번 더 뛰면 이제 배로 맞을거야. 때려야 말을 들을 거야?”


내 말투도 한껏 짜증이 난 상태다. 정말 갑자기 감정이 욱하고 올라온다. 


가장 안 좋은 것이 내가 화가 난다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그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푸는 것인데, 가끔 내가 그랬던 것 같았다. 가끔 아내가 나에게 지적하는 부분도 이 점이다.     

주중에는 기껏해서 아이들을 많이 봐야 퇴근 후 2~3시간이다. 최대한 놀아준다고 다짐하고  집에 오지만 피곤해서 밥먹고 눕거나 하지 못한 독서와 글쓰기를 하다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점은 반성한다. 그래서 주말이라도 최대한 놀아주기 위해 시간을 쏟고 있다.  

   

여러 아빠 육아에 대한 책이나 글을 찾아보니 “시간을 정해두고 최대한 짧고 굵게 놀아주는 것”이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질적으로 향상시켜 준다고 한다. 다시 이 방법을 며칠 전부터 써보고 있다.

특히 7살 아들과 잘 놀아주지 못하고 매번 잔소리만 하고 화만 냈던 것 같아 미안했다. 주중 저녁 2회 1시간 이내로 보드게임이나 자동차 경주를 같이 하기로 했다. 같이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특히 중요한 점이 시간을 지키고 다 놀았을 때 아빠도 너와 놀아 정말 즐거웠다고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끝나고 웃으면서 “이안아. 아빠도 너와 이 게임이나 경주를 하니 아주 즐거웠어.” 라고 했더니 같이 기뻐했다. 이후 나의 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다.     


아이들도 짜증이 나거나 기분이 좋지 않아지는 순간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일어난다. 나도 피곤하거나 졸리면 예민해 지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너무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너무 윽박지르고 화만 내서 아이가 받는 상처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 모습만 봤던 아이가 같이 공격적이 되어 가는 것도 나의 잘못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인데, 내가 너무 간과했다. 좋은 아빠까지 아니지만 그래도 욕은 먹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육아는 할수록 어렵다. 지금까지 본 나는 아직도 서툰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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