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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pr 19. 2020

두 번은 가기 싫어


어느 추운 겨울 날이다. 아파서 침대에 누워 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아. 이 밤중에 피곤한데 누구지? 나가지 말까? 에이 모르겠다. 누구세요?”

“황상열씨 계신가요? 서류 전달하러 왔습니다.”     


겨우 일어나 문을 여니 우체부 아저씨다.    

  

“무슨 서류인가요?” 

“모르겠습니다. 여기 사인 부탁드립니다.”

“네. 여기요. 감사합니다.”     


무슨 서류인지 궁금했다. 봉투를 가위로 잘랐더니 서류 한 장만 달랑 들어있다. 내용을 보자마자 “악!!” 소리 지르며 던져버렸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지? 말도 안돼!”

서류 내용은 ‘입영 통지서’였다. 그것도 앞에 ‘(재)입영 통지서’라고 찍혀있다.       


“난 군대를 다녀왔다구. 제대한지도 이제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뭔가 착오가 있을거야.”


몸도 아파 죽겠는데 뒷골이 땡긴다. 병무청에 확인차 전화를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담당자가 한 번 확인하고 다시 연락을 준다고 했다. 30분뒤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황상열씨는 재입영 대상자가 맞습니다. 20년전에 군대에서 복무하셨다고 했는데, 그때 1년간 기록이 누락되어 있네요.”

“무슨 소리세요? 전역증도 아직 가지고 있고, 취업할 때도 증명서에 공군 30개월 복무한 것으로 다 나와 있는데요. 뭘 또 입대합니까? 군대 다시 가는 것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병무청 담당자는 아무리 확인해도 기록이 없어 다시 입대하여 1년을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제대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했는데, 왜 기록이 누락되냐고 따지는 형국이다. 30분 이상을 통화해도 해결이 나지 않았다. 무조건 정해진 그 날짜에 재입대를 하라고 한다. 나라에서 부르는 데 안 올거냐고 하며 담당자는 끊어버렸다. 너무 황당했다.      


“아니! 나는 군대를 제대로 다녀왔는데 무슨 기록이 없냐고!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전역증은 어디서 발급해주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것 같았다.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수 없었다. 길을 지나가는 남자들을 붙잡고 물어봐라. 갔다온 군대 또 가고 싶냐고...     


10명 9명은 아마 아니 10명 다 다시 가기 싫을 거라고 대답할 것이다. 병장 계급부터 시작하고, 월급은 장교만큼 주면 다시 입대할 생각을 검토해볼 필요는 있지만. 근데 재입대 날짜가 언제인지 확인하니 바로 일주일 뒤다. 헉...      


입대까지 일주일 밖에 없다. 다니던 회사도 정리하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인사도 해야한다. 아니 무슨 소리 하는거야? 재입대는 말이 안된다고.! 아아아악     


눈을 뜨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불을 켜고 (재)입영 통지서 서류가 있는지 찾아봤다. 찾아봐도 안 보인다. 당연히 없지. 아 진짜 무슨 꿈을 꾼거냐? 오랜만에 개꿈을 꾸었다. 때려죽여도 재입대는 싫어.      


#두번은가기싫어 #군대 #입대 #제대 #글쓰기 #글 #에세이 #단상 #황상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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