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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pr 23. 2020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자


사춘기 시절 어머니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아무도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시간에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이라 비디오가 유행하던 시절이다. 어머니가 주는 용돈은 주로 비디오를 빌려보는 데 썼다. 가끔 친구들과 농구하고 놀기도 했지만, 많은 시간을 혼자서 보냈다.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다. 부모님과 대화도 잘 하지 않았다. 여동생이 오면 방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스스로 마음을 닫고 살았다. 외로움을 많이 타서 누가 옆에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난 뒤 대학에 들어가서 매일 선후배, 동기들과 술마시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수업이 끝나면 매일 저녁 오늘을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지 궁리했다. 연락처 목록을 쭉 보고 한 명씩 전화해서 시간이 되는 사람을 찾았다. 한명이라도 찾으면 바로 술, 노래방, 당구장, 피씨방 중에 골라서 약속을 잡았다. 사회에 나와서도 일이 끝나면 누구든 만나서 회포를 풀어야 했다. 그 지독한 외로움이 싫어서.      


술 한잔 들어가면 내 앞에 있는 상대방에게 하소연을 했다. 세상살기가 너무 고독하고 힘들다고.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남는 게 없냐고. 이렇게라도 불만을 털어놓으며 외로움을 극복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헤어진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공허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외로움이 싫어 사람을 만났는데, 헤어지면 더 허무해지는 진실이 불편했다. 그런 생활이 30대 후반까지 계속 이어졌다.      

글쓰기 스승이신 이은대 작가를 만난 뒤 책을 읽고 쓰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물론 책을 내고 글쓰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계기였지만. 매일 조금씩 독서와 글쓰기를 실천했다. 그렇게 5년째 이어오다 보니 이젠 혼자 있는 시간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처럼 편하고 설렌다. 예전에는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외부에서 사람을 찾아 헤멨다. 그러나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나의 내면을 채우기 시작하니 그 외로움이 오히려 선물이 되었다.      


친구나 지인에게 하소연하던 그 말을 노트북에 글로 옮겼다. 조금씩 감정이 가라앉고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힘들고 지치면 먼저 서점이나 커피숍에 간다. 차 한잔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감정을 다스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물론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비중이 예전보단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바쁜 일과 가운데 혼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점점 개인주의로 가는 시대다. 사실 나이가 들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주변에 친구가 없어 혼자라고 나쁜 것이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나를 돌아보며 내면을 채워가자.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자. 외로움과 쓸쓸함도 친구가 되면 나의 감성을 더 촉촉하게 채워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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