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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pr 24. 2020

나도 학폭 피해자였습니다.


리얼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한 쉐프의 여자친구인 방송국 PD가 예전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밝혀졌다. 한 포털 사이트에 그녀에게 당했던 피해자가 글을 올려 수면위로 떠올랐다. 며칠동안 언론이 시끄러웠다. 처음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그 PD는 마지못해 2차례 사과문을 올리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시종일관 경어를 쓰고 있는 피해자에게 반말로 미안하다 라고 하는 카톡내용을 보고 상관이 없는 나조차도 인상이 찌푸려진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머나먼 해외에서 피해자를 끌고 다니며 때리고 욕하는 등의 행동을 보면 가히 가볍지 않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살면 뭐하는가? 인성이 개차반인데. 대체 무슨 낯짝으로 방송에 나와 당당하게 자기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당한 피해자는 긴 세월을 그 고통을 잊지 못하면서 살았다는 이야기에 서글퍼졌다.    

  

6학년 2학기 첫날 서울에 있는 학교로 전학갔다. 광명에 있는 학교를 잘 다니고 있었지만, 서울로 가야 잘 된다는 아버지의 일방적인 지시에 학교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전학간 첫 주를 잊지 못한다. 사람은 일생에 한번쯤 고통스러운 일이 생기는데, 이후 후유증이 심해진다고 한다. 전학온 다음 날부터 수업이 끝나면 학교 뒤편으로 끌려가서 영문도 모른채 맞았다.  

    

그 시절도 체격이 왜소했던 나는 덩치가 큰 3명의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얼굴은 여전히 잊지 못한다. 나를 괴롭힌 이유는 “경기 촌놈이 와서 서울 물을 흐린다. 공부 잘하는 게 짜증나고 얄밉다.” 등이었다. 가해자 한 명은 20년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나머지 2명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만나게 되면 그 때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싶다. 벌써 30년전의 일이다.      

정말 린치까지 아니지만 그렇게 맞고 나면 사람이 자꾸 움츠러든다. 나도 맞기 싫어 그 친구들에게 주먹을 날려 보지만 역부족이다. 일주일 동안 3~4번을 그렇게 맞으니 그들 앞에서 작아지는 나를 봤다. 13살의 어린 나이에 정말 가혹했던 기억이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  전학가기 전의 학교에서 나는 정말 활발하고 즐겁게 다녔는데 가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걸.     


여자 방송국PD도 어두웠던 과거가 드러나지 않았으면 계속 그 천사같은(아니 악마같은)  썩소로 방송에 나왔을지 모른다. 또 그 쉐프도 그녀의 이중 생활을 몰랐을 리 없다. 결혼까지 생각한 사이인데 내가 그 쉐프 입장이면 장래를 위해 헤어졌을지 모른다.         

 

내 성격을 스스로 잘 알기에 왕따나 폭력을 경험해 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일주일동안 몇 차례 맞고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는 그 순간만큼은 내 머릿 속에 또렷한게 남아있다.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에게도 말을 할 수 없었다. 참고 견디는 것이 능사라 여겼다.     

  

많은 연예인들 중 일부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정말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면서 놀았던 아이들이 학점세탁 등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직장에 들어간 사례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부와 명예, 권력을 가지면 무엇할까? 그 힘으로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는 게 잘하는 일일까? 과거에 그랬던 사람이 미래의 자기 자식에게도 똑같이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학폭의 피해자였던 나도 여전히 그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힌다. 그 여성PD에게 심하게 당했던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몰래 때리고 괴롭히는 학생이 있다면 당장 멈추길 바란다. 내 눈앞에 그런 가해자가 보인다면 그땐 나도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폭력은 정당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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