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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y 23. 2020

글쓰기가 주는 위로

궁금한 이야기 Y 길 위에서 쓴 편지

   

어제 금요일 밤 TV를 켰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프로그램을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궁금한 이야기 Y"이다. 세 편의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는데, 첫 번째 냄새나는 여자의 양말만 찾는 대학교 교직원을 보고 경악했다. 이후 보험사기단으로 전락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고 훈훈함을 느꼈다.     


마지막에 소개된 이야기는 한 택시기사가 승차한 손님들에게 한 권의 노트를 건네주면서부터 시작한다. 갑작스런 노트에 승객들은 놀라지만 이내 기사의 설명을 듣고 환하게 웃으며 노트를 펼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1년 전 사업 실패 후 택시 일을 시작한 기사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사람들과 상대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손님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원했다. 또 손님들도 목적지 까지 가는 동안 뭔가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어 ‘길 위에서 쓴 편지’라는 제목의 노트를 건네주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목적지까지 가면서 자신의 고민이나 일상 이야기를 기록했다. 또 이전의 승객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으며 울고 웃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택시기사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며 승객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보냈다.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하여 내리는 승객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다.      


특히 회사를 더 다녀야 할지 사업을 해야할지 고민을 하던 한 남자 승객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술에 취해 늦은 밤 이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던 중 기사가 건네준 노트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적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의 글에 기사는 아직 젋으니 한번 더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남자 승객은 기사의 조언과 그 노트에 담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이후 그는 식당을 차렸고 지금까지 잘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는 두 가지에 주목했다.      


1) 글쓰기가 주는 위로의 힘에 공감했다. 

2) 언택트 시대로 옮겨가면서 관계가 비대면이 많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직접 사람과의 소통과 공감은 직접 대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쓰려면 일단 생각을 해야 한다. 노트를 받은 승객들도 먼저 무엇을 써야할지 고민한다. 짧은 시간에 금방 쓰기 위한 글은 현재 자신이 처한 고민이나 일상에 대한 것이다. 이런 글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노트에 한 두 개씩 모인 많은 글을 읽고 또 자신의 글을 쓰면서 승객들은 위로받고 자신을 치유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보단 비대면 관계가 늘어나고 있다. 대면관계에서 오는 피로감도 많아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소통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람과의 진정한 소통과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면관계는 유지해야 한다. 기사와 승객의 노트를 통해 직접 대면하여 소통하고 공감하는 장면을 보면서 뭉클했다.    

  

점점 삭막하고 외로운 사회가 되고 있다. 소통과 공감이 부족하여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하고, 힘들어도 혼자 삭히며 누구에게도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택시기사의 ‘길 위에서 쓰는 편지’와 같은 따뜻한 글이나 말 한마디가 그런 사람들에게 한 줄기의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이 주는 위로가 사랑이 되어 이 세상이 더 따스해지길 바라본다.      


“당신이 쓴 글 하나가 다른 사람을 위로해주고 인생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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