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 - 김종원
몇 년전 다녔던 전 회사에서 강남구와 협업으로 몇 개 지역 땅을 검토한 적이 있다. 그 중의 한 동네가 대치동이었다. 현장조사를 겸하여 나간 대치동의 거리는 하루종일 학원을 가는 학생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부모들로 가득했다. 한 쪽 차선은 주차장을 방불케 할 만큼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지도를 들고 사진을 찍고 현장조사를 하던 내가 신기했는지 몇몇 학생과 부모가 와서 물어본다. 그런데 질문이 하도 어이없어서 아직도 내 머리에 선명히 남아있다.
“공부를 얼마나 못했으면 추운데 이런 지도를 들고 돌아다니세요?”
“공부 안하면 너도 저 아저씨처럼 저런 일해야 한다.”
‘뭐야! 지네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너무 기가 막혀서 한마디했다.
“저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했구요. 지금 강남구와 도시계획 관련 프로젝트로 현장조사 중입니다. 무슨 지도 하나들고 돌아다닌다고 공부를 못했느니 놀았느니 판단하신 겁니까?”
“아! 뭐야. 빨리 가자. 서울대 가려면 빨리 한자라도 더 봐야지.”
눈을 흘기고 가는 부모와 학생이 참 불쌍해 보였다. 서울대를 가면 뭐하랴. 인성은 바닥이고 부모가 시키는대로 수동적인 삶을 사는 그 학생의 미래가 뻔히 보였다. 김종원 작가의 새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 학생과 부모가 생각났다. 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이란 제목이 확 끌렸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은 아빠의 입장에서도 골랐지만,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진 나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책이라고 판단되었다. 역시 읽으면서 많은 인사이트와 지혜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그것을 종합적으로 자신만의 언어나 글로 표현하는 능력, 즉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 문해력을 키우지 않고 방치하면 사춘기에 올라가서도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고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지식 기반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 사색과 더불어 질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그 해법으로 책 한권을 날마다 읽으며 아이가 스스로 질문을 찾아내 함께 토론하고 의논하면서 그 책을 통째로 씹어먹으라고 조언한다. 또 일상에서 같은 사물이라도 부모의 작은 질문만으로 다르게 볼 수 있도록 관찰하는 자세를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의 가능성은 우주의 크기만큼이나 한계가 없다. 단, 부모가 먼저 그렇게 믿고 지지해야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 세상에 순응하지 않고 세상이 순응하는 사람의 인생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먼저 아이의 가능성을 인정해야 하는데 자꾸 막는 느낌이 들었다. 요새 아이가 무엇을 하든 들어주고 지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그 아이도 믿는 만큼 자신의 재능을 무한히 더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명령하고 강요하는 표현은 아이에게 독이 되어 흡수될 뿐이다. 어떤 말을 꺼내기 전에는 반드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아이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는 반드시 스스로에게 ‘내가 아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여전히 내 입장에서 아이에게 말을 하고 있다. 강요나 명령조로 나쁜 기운이 가득한 말을 아이에게 내뱉고 있다. 듣는 아이도 이제 자기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자꾸 혼내고 하지마라는 그런 말투가 아이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느낌일지도. 특히 7살 아들에게 좋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이 세상에서 가장 아이를 사랑하는 모든 부모여, 절대 세상의 소리에 흔들리지 마라. 부모라면 아이를 위한 최선을 선택하기 위해 천 번, 만 번 고민해야 하고, 한번 결정한 것을 끝까지 믿고 지지하는 굳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인생은 알 수 없다. 지금은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며 선택한 것이 많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이 말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좋은 학원을 다니면 우르르 몰려간다. 자기 아이만 뒤처질까봐 남들이 좋다는 모든 것을 시키고 따라한다. 아이의 성향도 다르고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좋으니까 시킨다. 그게 아이의 인생을 망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인데. 절대 세상의 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평소 일상에서 아이들과 같이 관찰과 독서를 하며 질문하고 토론해보자. 아이는 아이답게 순수한 호기심을 갖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성인이 되어서도 능동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 산증인이 나다.
책을 보며 저자의 인문학을 통한 질문교육에 많이 공감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다. 글 서두에 만났던 그 대치동 부모와 학생처럼 되지 않으려면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된 자녀교육 방법을 찾길 바란다.
“질문 하나가 그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 질문의 바탕은 아이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하루한마디인문학질문의기적 #질문의힘 #김종원 # #대량생산 #독서 #책 #리뷰 #서평 #황상열 #책씹는남자 #독한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