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를 부모님과 함께 간 적이 있다. 사람이 없는 주말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도착하니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놀이기구를 한 번 타기 위해 약 30분~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성격이 급하고 잘 참지 못했던 나는 계속 툴툴거렸다.
“엄마.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나 빨리 타고 싶어.”
“기다려. 앞에 사람들이 먼저 타야 줄어들거야.”
“싫어. 앞에 있는 사람들한테 말하고 먼저 타면 안돼?”
“좀 진득하게 기다려. 너만 타고 싶은 게 아니잖아! 그리고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타는 건 새치기야!”
아버지까지 한 마디 거들자 더 이상 침묵하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불평하다 보니 벌써 놀이기구 앞이다. 거의 30분 이상 대기하다가 놀이기구를 타니 다시 기분이 날아간다. 그동안 기다렸던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아빠. 나 햄버거 빨리 먹고 싶어!”
“기다려. 앞에 사람들이 먼저 계산해야 우리 차례가 오지.”
“아빠. 나 배고프단 말이야.”
“배가 고파도 순서가 있는 거야. 우리 앞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같이 배고파.”
이제 7살된 아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떼쓰는 모습은 내 어릴 적 판박이다. 아들을 달래는 나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인내심과 지혜가 아직 부족한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상황만 생각하느라 기다리지 못한다. 그렇게 10~15분을 기다린 끝에 햄버거를 손에 쥔 아들은 세상을 다 가진 행복한 모습이었다.
이렇듯 인생의 모든 부분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놀이기구를 타거나 햄버거를 먹기 위해서도 앞에 누군가가 있다면 기다려야 하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길 기다린다. 대학을 졸업하면 빨리 취업하고 싶어한다. 시험을 쳤는데 한번에 합격하길 기다린다.
취업에 성공하여 직장인이 되었지만, 그 안에서 이리저리 치여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말만 기다린다. 결혼하고 싶어 자기가 모든 걸 바치고 아낌없이 사랑할 상대를 기다린다. 몸이 아프면 빨리 낫길 기다린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해 하염없이 망설이는 기다림이 있다.
사실 사람들은 잘 기다리지 못한다. 나조차도 그렇다. 항상 초조하게 발을 구르고 질색하면서 툴툴댄다. 빨리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의 기다림도 허용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기다린다는 것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 올까? 주말이 되려면 며칠 남았지? 언제 어른이 되지? 등등 한 번에 되는 것은 없다. 기다림은 시간이 지나야 언제 어디서 어느 시점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연인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이별의 끝이 될 수 있다. 내 가슴을 애태우던 기다림이 다행일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이 동반되어 인내심을 가지고 마음 편하게 기다려야 하는데, 현실에서 어렵다.
앞으로도 매 순간 기다림의 연속일 것이다. 선택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의 반복이 인생이다. 어차피 기다려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희망을 갖고 느긋하게 한번 웃어보는 것은 어떨까? 기다림의 끝에는 분명 달콤한 보상이 있을테니. 오늘은 또 어떤 일로 기다릴지 모르겠지만.
“ 비록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마음 졸이지만, 모든 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말고 기다리자.”
#인생은기다림의연속이다 #기다림 #인생은기다림 #인내심 #인생공부 #마흔의인문학 #인문학 #단상 #글쓰기 #황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