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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07. 2020

진짜 친구의 의미


“역경은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가르쳐준다.” 

<로마스 맥마스터 부욜>     


친구에 관한 여러 명언 중에 참으로 마음에 와닿은 구절이다. 잘 나갈 때는 주변에 연락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어려움이 닥칠 때 정작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10년전 이제 사회생활 5년차 대리 직급 정도였는데, 상사의 갑작스런 퇴사로 팀장이 되었다.      

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름대로 일처리를 잘했는지 주변에서 일을 도와달라는 요청도 받아 진행하기도 했다. 친구, 후배, 선배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발벗고 도와준 적도 많다. 학교를 갓 졸업한 후배와 퇴사 후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친구나 선배의 취업 알선,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료 공유 등이 그런 일이다.      

술자리에서 호형호제하며 영원한 우정을 다짐했다. 혹시 내가 힘든 순간이 오면 도와줄 수 있냐는 질문에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는 그들이다. 한 두 잔 채운 술잔을 마셔가며 우리들만의 도원결의를 한 셈이다.      

8년전 겨울 여러 힘든 상황이 겹치다가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계속 팀장으로 영원히 잘 나갈 줄 알았지만, 내 착각이었다. 갑작스런 소식에 충격도 받고, 많이 방황하며 힘들었다. 어려운 시절 나에게 도움을 받았던 친구, 선배, 후배 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저 이번에 회사를 나오게 됐어요. 다른 자리 한번만 소개해 주세요!”

“00야! 니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다른 팀에 사람 뽑는다고 했지? 어떻게 연결 안되겠냐?”     


다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답은 없었다. 그냥 힘들겠다. 앞으로 어떻게 지낼거냐. 등등 형식적인 위로의 말만 건넨다. 이렇게 위로라도 해 주는 친구는 그래도 감사하다. 아예 연락을 받지 않거나 나를 차단한 친구도 있었다.      


휴대폰 화면을 보며 진짜 친구는 한 명도 없구나 라고 느꼈다. 내가 참 세상을 바보처럼 살았구나 라고 느꼈다. 그때 정말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 혼자 술을 마시며 왜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힘들고 어려운 친구나 지인들을 어리석게 내 시간을 뺏어가면서까지 도와주었을까 하고 한탄했다.  

        

그러다가 정말 보고싶은 죽마고우에게 마지막으로 전화했다. 단숨에 달려온 그를 보자마자 눈물이 나온다. 무슨 일 있냐는 그의 질문에 그냥 와줘서 고맙다라는 말만 반복하는데, 눈에서는 하염없이 폭포가 쏟아진다.   

   

이후로 사람을 다 믿지 않기로 했다. 내가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던 모든 사람들의 관계를 끊었다. 이후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비아냥되는 사람이 그들 중에 있다고 들었는데, 빨리 손절하길 잘했다고 위로했다. 나 스스로가 정말 친해지고 싶다는 사람이 아니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도와달라고 해도 전후사정 다 따져보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부터 따지게 되니 씁쓸했다.      


마흔을 넘고 나니 진짜 친구는 소수만 남았다. 1년에 한 두 번 만나도 허물없이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사람들. 글을 쓰면서 의기투합하며 친해진 편안한 사람들.      


누구에게나 진짜 친구의 의미는 다를 것이다. 부담없이 편하게 만나고 허물까지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줄 수 있는 지금 당신 앞에 있는 그 사람이 진짜 친구일지도 모른다. 그 상대방이 연인, 배우자, 죽마고우등등 다양할 것이다. 지금 현재 자기 앞에 있는 “진짜” 친구를 사랑하고 아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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