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향 자체가 감성적인 면이 사람이다. 퇴근길에 돌아오는 데 문득 외롭고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안에서 책도 읽히지 않아 스마트폰을 열고 SNS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웃들의 현재 근황이 보인다. 환환 표정으로 웃고 있는 모습의 셀카, 먹고 싶게 만드는 화려한 음식 사진, 같이 배우고 공감할 수 있는 책 리뷰나 한 구절 등등.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나도 같이 웃으며 힘을 낸다.
오랜만에 네이트 “판”에도 접속했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올라오는 커뮤니티 사이트다. 거기에서 한 개의 글을 읽다가 멈추었다. “6년지기 찐친에게 뒷통수 맞았어요.”라는 제목의 글이다. 6년동안 절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알고보니 자신의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는 내용이었다. 내용도 놀랐지만, 더 눈이 갔던 곳은 그 글에 달린 댓글이었다. 댓글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삼촌이 42살이거든 이나이 먹으니깐 친구가 친구가 아니더라 그냥 지나가는 인연일뿐 각자 결혼하고 가정 생기고 하면 친구? 그냥 남이야 연락도 잘 안하게 되고 근데 도벽까지 있는 애? 진작에 손절해야지 그걸 무슨 친구라고. 그냥 당장 이시점에 나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친구야. 그게 인터넷 모임에서 안사람일수도 있고 그냥 친구의 친구로 만난사이가 친구일수도 있어. 친구에 그다지 큰 의미 부여하지마. 나중엔 다 의미 없는 일이야.”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 쓴 댓글이었다. 읽어보면서 왜 이렇게 공감이 되는지. 43살이 된 지금 생각해보니 친구라는 의미도 많이 퇴색된 느낌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죽마고우나 학교 동기들과 힘들 때마다 술 한 잔 부딪히며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다고 외쳤다. 그들과의 우정도 영원할 줄 알았지만, 결혼하고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이제 1년에 한 두 번도 볼까말까하다.
결혼 전 내 모든 것을 다 내줄 것처럼 오랜시간 함께 하자고 속삭이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도 어느 순간 끝난다. 영원할 줄 알았지만, 그 사람과의 이별로 한동안 힘들어한 적도 많다.
건강을 자신하던 선배가 있었다. 지리산 종주를 밥 먹듯이 하고, 철인 3종 경기를 매년 우수한 성적을 거둔 그가 작년에 45살의 나이로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이 세상을 떠났다. 100살까지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어넘기는 형님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참 허무했다.
젊은 나이에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고, 자신의 수완으로 사업이 성공하여 엄청난 부를 가진 한 후배가 있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돈은 다 자기 것처럼 끌어 모을 수 있다고 자신하던 그다. 몇 년간 잘 지키다가 한 순간의 잘못된 투자와 사기로 작년에 모든 재산을 날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생각은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관계도, 건강도, 돈과 명예도, 사랑도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영원하지 않다. 많은 책들이 인생에서 지금 찰나에 집중하라는 이유가 이것이다. 너무 집착하고 욕심내어 모든 것들이 영원할 거라고 여기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내 손에서 떠나고 멀어지는 것이 인생의 이치다.
어차피 떠나면 내 것이 아니다. 미련과 집착을 버리자. 살아있는 동안 지금 이 순간에 만나는 사람과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장인어른과의 술자리에서 늘 듣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이제 내 나이 72살이 되어 보니 인생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느껴. 온 몸이 이제 다 고장나서 나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냥 다 지고 갈 수 없으니 부디 하루하루 즐기고 나를 아끼면서 살아. 영원할 것 같았는데 지나고 나니 순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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