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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ug 04. 2020

부디 하나뿐인 나를 아껴주세요

8월의 첫날이다. 일요일 아침 교회 예배를 마친 후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열고 뉴스를 검색했다. 쭉 내리다가 한 기사에서 눈이 멈춘다. 아리따운 젊은 여자 배구선수의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그녀는 7월 마지막 날 밤 자기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경찰 조사에서 타살로 보이는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과연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여러 기사를 보니 팀에서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백업으로 뛰었는데, 경기 중 몇 번 실수를 했다. 처음에는 그것에 대해 팬들이 달았던 악플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다 나중에 발견된 그녀의 일기장을 보니 코칭스태프의 무시와 싸늘한 대우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이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제가 팀에서 열심히 버텨보았지만, 있으면 있을수록 너무 제가 한심한 선수 같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연습도 제대로 안 해 본 자리에서 그리고 주전 연습할 때도 거의 코칭스태프들이 거의 다 했지, 전 거의 밖에 서 있을 때마다 제가 너무 한심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미스하고 나오면 째려보는 스태프도 있었고 무시하는 스태프도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전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수면제 없인 잠을 못잘 상황까지 왔고, 제 자신이 너무 싫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자며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     


 글을 읽어보니 원래 포지션이 아닌 새로운 자리에서 뛰라고 하니까 두렵고 불안했을 것이다.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갔다가 실제 경기에서 실수하고 들어와도 비난 받는 분위기니 얼마나 혼자서 견디기 힘들었을까?      


 7년전 같은 업종이지만 실제 인허가 진행이 아닌 검토․기획 쪽 업무로 변경했다. 설계사에서 작은 시행사로 회사를 옮긴 것이다. 아직 접해보지 않은 일이라 설레기도 했지만, 반대로 두렵고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는 일마다 실수 연발이었다. 사장과 임원에게 매일 혼났다.      


A부터 Z까지 다 처음 접해본 일이고, 위에서 누구 하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물어봐도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니 난감했다. 일이 주어지면 혼자 공부하고 맨땅에 헤딩했다. 클라이언트에게 거꾸로 물어보기도 했다. 전문가 집단이라고 맡겼는데, 오히려 자문을 구하고 있으니 클라이언트가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실수의 연발이었다. 매일 퇴근 후에야 마음이 편했지만, 다음날 일어나면 출근하기 정말 싫었다. 계속 실수하니 위축되고 혼나는 게 일이었다. 자존감은 이미 떨어진지 오래다. 이 회사를 그만두면 벌써 6번째 퇴사가 되니 어떻게든 조금만 버티자는 마음뿐이었다. 일을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위 선수가 쓴 일기장 내용이 너무 공감되었다.      


정말 얼마나 힘들었으면 버티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저런 선택을 했을까?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이미 속은 다 썩어문드러져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에 살아갈 이유가 남지 않았기에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뿐인 목숨을 이렇게 끝내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정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면 당장 그것을 벗자. 그리고 스스로 맞는 옷을 선택해서 입자.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운동 하나만 하고 살았지만, 지금 힘들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나도 버티면서 업무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했다.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바꾸었더니 두려움과 불안감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을 먼저 가지기로 했다. 스스로 나에게 맞는 옷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갈수록 일이 익숙해지고 실수도 없어졌다.      


그녀도 운동 말고 자신이 잘하는  네일아트 분야로 진출하여 하나뿐인 자신을 좀 더 아끼고 사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혹시 지금 너무 힘들고 지쳐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부디 하나뿐인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세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힘든 겁니다. 나라도 내 자신을 보듬어야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고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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