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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Sep 17. 2020

뭐가 그리 잘났을까?


어제는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터졌는지 몸이 아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텔레비전을 켰더니 좋아하는 김창옥 강사가 나온다. 그가 나오는 “모두의 강연 가치 들어요”가 방송중이었다. 채널을 고정하면서 편하게 보고 있는데, 패널 중 눈에 익은 여자 배우가 보인다. 일요일 아침에 즐겨보는 “서프라이즈”에 재연배우로 자주 나오는 김하영이 그 주인공이다. 오늘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좀 울컥하면서도 화가 났다.      


17년동안 열심히 서프라이즈의 재연배우로 한 길을 달려온 그녀가 최근에 많이 우울했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재연배우와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와 인지도를 알린 덕분에 한 드라마에 캐스팅되었다. 여주인공급으로 참여하게 되어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인지도 높은 선배 배우들과 같이 촬영하게 되어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촬영 후 그 알만한 선배라는 사람들이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배우들에게 험담을 했다.      


그녀가 재연배우라는 이유로 좋은 시간대에 방송을 못하게 된 거라고 비아냥거렸다. 재연배우 라는 것에 부끄럼도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한번에 무너졌다고 고백한다.   

   

“정말 내가 높은 선배들처럼 정식 공채배우나 연극배우로 시작하지 않고, 기껏 지나간 이야기에 나오는 캐릭터를 다시 따라하는 배우다 보니 차별하는 게 아닐까? 그 나이 많은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했다고 하니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 싫어진다.”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졌다. 재연배우면 어떤가? “서프라이즈” 애청자로 맡는 배역마다 잘 소화해내는 그녀를 보고 박수를 쳤다. 무려 17년 동안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성실성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그런 열정과 꾸준함을 모르고 단지 급이 낮다는 이유로 저렇게 뒤에서 험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연륜있는 노배우라는 사람들이 말이다. 자신들은 얼마나 그렇게 대단하고 잘났길래 저런 어이없는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 같은 배우 아닌가? 드라마의 배역이나 서프라이즈에 나오는 인물이나 다 남을 연기하는 직업인데, 그것을 급을 나누어 사람을 평가하는 그 작태가 너무 어이없고 한심하다. 오히려 자신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한 것이다. 선배라면 그렇게 고생한 후배를 보살펴주고 더 끌어주는 게 맞지 않는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며 보듬어 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혹시 나도 저런 노배우들처럼 남을 험담한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늘 멋지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하는 배우 김하영을 같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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