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터졌는지 몸이 아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텔레비전을 켰더니 좋아하는 김창옥 강사가 나온다. 그가 나오는 “모두의 강연 가치 들어요”가 방송중이었다. 채널을 고정하면서 편하게 보고 있는데, 패널 중 눈에 익은 여자 배우가 보인다. 일요일 아침에 즐겨보는 “서프라이즈”에 재연배우로 자주 나오는 김하영이 그 주인공이다. 오늘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좀 울컥하면서도 화가 났다.
17년동안 열심히 서프라이즈의 재연배우로 한 길을 달려온 그녀가 최근에 많이 우울했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재연배우와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와 인지도를 알린 덕분에 한 드라마에 캐스팅되었다. 여주인공급으로 참여하게 되어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인지도 높은 선배 배우들과 같이 촬영하게 되어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촬영 후 그 알만한 선배라는 사람들이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배우들에게 험담을 했다.
그녀가 재연배우라는 이유로 좋은 시간대에 방송을 못하게 된 거라고 비아냥거렸다. 재연배우 라는 것에 부끄럼도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한번에 무너졌다고 고백한다.
“정말 내가 높은 선배들처럼 정식 공채배우나 연극배우로 시작하지 않고, 기껏 지나간 이야기에 나오는 캐릭터를 다시 따라하는 배우다 보니 차별하는 게 아닐까? 그 나이 많은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했다고 하니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 싫어진다.”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졌다. 재연배우면 어떤가? “서프라이즈” 애청자로 맡는 배역마다 잘 소화해내는 그녀를 보고 박수를 쳤다. 무려 17년 동안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성실성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그런 열정과 꾸준함을 모르고 단지 급이 낮다는 이유로 저렇게 뒤에서 험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연륜있는 노배우라는 사람들이 말이다. 자신들은 얼마나 그렇게 대단하고 잘났길래 저런 어이없는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 같은 배우 아닌가? 드라마의 배역이나 서프라이즈에 나오는 인물이나 다 남을 연기하는 직업인데, 그것을 급을 나누어 사람을 평가하는 그 작태가 너무 어이없고 한심하다. 오히려 자신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한 것이다. 선배라면 그렇게 고생한 후배를 보살펴주고 더 끌어주는 게 맞지 않는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며 보듬어 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혹시 나도 저런 노배우들처럼 남을 험담한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늘 멋지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하는 배우 김하영을 같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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