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데뷔, 그러나..
출장을 다녀오는 늦은 밤 기차 안에서 자다가 동영상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돌려보다 한 여가수의 공연을 보며 감탄했다. “미쓰백”이란 프로그램이다. 한 여가수가 부채를 들고 절제된 무용 퍼포먼스에 맞추어 이효리의 <블랙>을 부르는데, 오랜만에 멋지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화면을 뚫어지게 보는 눈빛이 평소의 그녀와는 다르다. 그 여가수는 바로 1박2일 국악소녀로 이름을 알리고 19금의 대명사 “스텔라”에서 활동했던 가영이다.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국악소녀에서 화려한 아이돌로 변신했으나, 너무 선정적인 컨셉으로 대중에게 외면당하고 그룹은 해체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오랫동안 잊힌 존재가 되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20대 10년을 바쳐 가수의 성공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상처만 남았다. 가수를 하지 않았다면 하고 싶었던 선생님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전한다.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실패로 끝나니 지금까지 자기 삶이 송두리째 물거품이 되었다고 눈물을 보인다.
이제 30살이 된 그녀는 카페에서 알바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간다. 하루하루 아무런 희망없이 지내다가 그래도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제일 좋아 다시 한번 용기내어 이 프로그램에 나오게 되었다는 담담하게 고백한다.
8년전 해고로 인해 나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살았는데, 이룬 게 하나도 없었다. 남탓만 하며 세상을 원망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다시 낼 수 있었다.
*당신,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절제된 안무에 색다른 음색으로 노래하며 오랜만에 멋진 공연을 보여준 가영에게 방송내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진짜 자기가 원하는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스텔라 시절에 기획사가 시켜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했던 무대가 아닌 자신이 기획하고 만든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관객 앞에 섰다.
국악과 한국무용을 잘하는 그녀의 강점과 정말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만나 엄청난 무대가 탄생했다. 박수갈채를 받은 그녀는 30대에 다시 한번 가수의 성공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마흔 전에 성공하고 싶었지만, 30대 후반의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었다. 절망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해 시작한 독서와 글쓰기는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40살 전후로 책을 출간하기 시작하여 43살이 된 지금은 대단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인생을 살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이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좌절하고 힘든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긴 인생에서 실패는 하나의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열심히 살아왔기에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시 일어서면 그만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요. 당신,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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