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말자)-관계의 미학
*거절하지 못했다
길거리를 지나가도 부탁을 잘 들어주는 사람처럼 생겼나 보다. 2030 시절의 나는 내 자신보다 늘 남을 먼저 배려하고 도우면서 살았다. 상대방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게 회사 업무이든 개인적인 일이든 상관없었다.
사심없이 한 두 번 도와주는 것에 대한 댓가는 바라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도 고맙다고 최소한의 성의표시는 한다. 그러나 꼭 정말 친한 사람들 중 몇몇은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고 연락했다.
특히 예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가서 업종을 바꾸어 보험영업 하던 지인은 늘 내가 필요할 때마다 1~2개 들어주었다. 새로운 상품이 나올때마다 연락한다.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래도 예의는 지키고 싶어 끝까지 들어준다. 마지막에 항상 가입을 유도하지만, 거절 멘트를 날리면 화를 낸다.
“상열아, 실망이다. 그래도 너는 해줄 줄 알았는데.”
“상열아, 너 그렇게 안봤는데, 너만은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았어.”
꼭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거절을 못하고 부탁을 잘 들어주었다. 그러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게 되어 못 도와줄 경우에 상대방에게 저런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따지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방에게 화를 내거나 쓴소리를 잘 하지 못한 내 성향의 문제가 가장 컸다.
*싫다고 말해도 괜찮아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은 아직 여전하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내 성향은 타고난 것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남을 배려하고 맞추어 주는 성향이다. 점집에서도 사주 자체가 착해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다보니 항상 일신이 바쁠 거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여전히 회사에서 업무를 보거나 개인적인 활동은 바쁘다. 많은 사람들의 부탁이나 업무 지시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2030 시절과는 다르다. 확실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도와주려고 한다. 그 외에 정말 급한 사정이 아니라면 내 스케줄과 상황을 먼저 따져본다.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거절하거나 연기한다. 내가 내키지 않을 때는 싫다고 먼저 말해도 괜찮다. 항상 모든 사람에게 좋은 소리를 듣는 것보다 내 마음이 편한 게 먼저다.
내 위주로 먼저 생각하다 보니 인간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거절하니까 연락을 먼저 끊는 사람, 내가 필요없다 생각하니 아예 나를 차단한 지인 등등. 나란 존재가 저 사람들에게는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나 생각하니 참 씁쓸했다. 물론 나도 상대방에게 그런 존재가 아니었는지 먼저 반성해본다.
이제 사람들을 만나도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나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갖고 왔다가 실망만 하고 갈 것 같아서 요새는 먼저 잘 다가가는 경우도 없다. 모임이나 수업에서 마주치면 인사하고 안부만 나누는 정도이다. 무얼 같이 하자고 해도 하기 싫으면 거절한다. 자기계발 세계에 들어온 지 5년이 넘은 지금 돌아보니 내 주변에도 남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변함없이 응원하고 지지해주며 오랫동안 알고 지낸 그 지인들에게 더 시간을 쏟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뭐든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기대도 크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내키지 않으면 거절하고 내 마음이 먼저 편한 게 최고라는 진리를. 변함없는 나의 그대들에게 더 정성을 다해 대해야 하는 결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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