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어게인 29호
토요일 아침 두통이 심해 머리도 식힐겸 텔레비전을 켰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한 가수가 노래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락 음악이다. 아니 헤비메탈에 더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고음을 선보였다. 그런데 앞에 심사위원들이 앉아있다. 공연이 아니라 경연무대였다. 그런데 심사위원도 그 가수가 노래하는 모습에 완전히 관객처럼 빠져버렸다. 마지막 샤우팅으로 노래가 끝났을 때 모든 심사위원의 넋은 이미 나간 상태였다.
그 프로그램 제목은 “싱어게인”이다. 실력은 있지만 오랜기간 무명으로 활동하던 가수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위에 언급한 가수는 한번 탈락했지만 심사위원 이선희가 다시 한번 기회를 줘서 구사일생 하게 되었다. 29호라고 불린 그 가수는 부산 경남 일대에서 록밴드를 하며 엄청난 노래실력을 가진 정홍일이다.
나도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랜만에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 진심을 다하면서 과하지 않고 담백하면서 울림을 주는 무대였다. 무대를 마치고 나서 차분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영상편지를 한번 써보라는 질문에 늘 응원해주고 지지한다는 말을 하며 잠시 울컥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에 같이 감동했다. 순수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다.
과연 그는 어떤 가수인지 궁금해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다. 현재 우리나이로 46살이라서 깜짝 놀랐다. 30대 중후반 정도로 봤는데, 관리를 엄청 잘한 듯 하다. 더 정보를 찾아 알아보니 락음악만 20년 넘게 한 우물만 팠다고 한다. 1998년에 바크하우스란 밴드를 만들었지만 비주류 음악을 한다 하여 많이 천대받았던 모양이다. 우여곡절 끝에 첫 앨범을 2006년에 발매했지만 여전히 생활은 어려웠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목표는 락이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도 소화하는 것이라 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해왔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봤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내공을 쌓은 결과가 이번 싱어게인 무대에서 폭발했다. 전국적으로 그의 실력과 인간성에 반해 많은 찐팬이 생겼다. 나도 그 사람중의 하나다. 그것보다 더 멋지게 본 것은 지치고 힘든 현실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음악에 맞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우승까지 못하더라도 확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거목의 탄생을 알렸다.
* 거목이 되기 위해서는
김종원 작가의 <나를 지키며 사는 법>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잡초도 나름의 존재 이유는 있겠지만, 인생의 목표를 잡초로 정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원하는 것을 빠르게 손에 쥐려 하는가? 원하는 그것에 맞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각오를 하라. 잡초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거목은 아무 데나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현명한 답은 가장 순결한 시선에 존재한다.”
위에서 언급한 가수 정홍일은 20년이 넘은 시간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향해 노력했다. 가장 순결한 시선으로 음악 한 길만 걸으면서 쌓았던 그 결과가 빛을 발했다.
인생의 힘든 시기를 지나 작가가 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절실하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본적인 시간 외에 남는 시간을 모두 투자해서 글을 썼다. 투고 후 우여곡절 끝에 계약하고 첫 책을 출간했다. 책이 나오면 내 인생도 엄청나게 바뀔 줄 알았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원하는 것을 빠르게 손에 쥐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에 실망도 하고 좌절도 했다. 누군가는 허접한 글쓰기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의 정홍일처럼 과연 내가 거목이 되기 위해 그에 맞는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면 섣불리 대답하지 못한다. 그 답을 찾고 싶었고, 거목이 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천천히 가더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해 계속 글을 쓰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사람이든 잡초보다 거목이 되고 싶어한다. 어떤 목표가 있으면 최고가 되길 원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조급한 마음에 한 두 번 시도하다가 포기한다. 그리고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른 길을 찾아간다. 결국 거목이 되는 사람은 소수라는 이야기다.
거목이 되는 길은 하나다. 그렇게 되기까지 맞는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노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그 두 가지가 만나는 지점이 거목의 탄생을 알리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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