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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힘

by 황상열 Jan 18. 2021


 * 외로움을 많이 탔다 



6학년 2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서울 학교로 가야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아버지의 강요로 원치 않는 전학이었다. 그 시절 나는 경기도 광명에 살았다. 즐겁게 잘 다니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헤어져야 했다. 전학을 갔던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도 모르는 친구들 앞에서 처음 본 담임 선생님의 소개로 인사를 했다. 그동안 익숙했던 공간에서 지내다가 낯설은 우주에 온 느낌이다. 그래도 조금 더 적응하면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하루도 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경기도에서 촌놈이 왔다고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하교 하기 전 덩치 큰 아이들에게 끌려가 맞기도 했다.      


외향적인 성격이 말수가 없고 조용해진 내성적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체구가 작던 나는 맞써 싸우려고 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나를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 지옥같은 6학년 2학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역시 공부밖에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것으로 위안삼았다.      


왕따를 당하면서 점점 위축되니까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전학 오기 전의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도 시간이 맞지 않아 볼 수 없었다. 그 시기 어머니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나가시게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 사춘기까지 오자 그 외로움이 더 커졌다. 마음도 공허했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그 허전함을 채우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늘 2% 부족하게 가득 채워지지 않았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결혼전까지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어 어떻게든 매일 사람들과 약속을 잡았다. 만나주는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감사했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 좀 봐달라고 매달렸다.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은 참 좋았지만, 헤어지고 나서 다시 울적해진다.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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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이 주는 힘      


2012년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되었다. 힘든 상황이 찾아왔다. 그래도 살아야 했기에 내가 잘 나가는 시절에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옮길 회사가 있는지 도움을 요청했다. 위로나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몇 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면했다. 철저하게 혼자가 된 것이다. 그때 느낀 고독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 기억 때문에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만 철저하게 다 믿지 못하게 되었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 사실에 절망했지만,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개척하고 살아가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이겨내보기로 했다. 생존 독서를 하면서 혼자 이력서를 업데이트해서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서 지원했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기에 입사했다. 거기서도 인정받기 위해 혼자서 늦게까지 홀로 남아 일했다. 돌아와서 늦게까지 책을 읽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이렇게 좋다는 느낌을 처음 느꼈다.      


김이나 작사가의 <보통의 언어들>에서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외로움은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라고. 이 시기에 참 외롭고 고독했지만 오롯이 내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집중할 수 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도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즐기고 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이 좋다.      


지금도 출장가는 기차 안에서 홀로 글을 쓰고 있다. 인생에 지치고 힘들 때 나를 다시 채우기 위해서는 꾸준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어차피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나와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정리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고독을 씹는 게 아니라 즐겁게 맞아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일상이 바쁘지만 잠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혼자 산책하거나 창밖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나 사물을 구경해도 좋다. 이제부터라도 고독을 즐겁게 맞이하자. 그 혼자 있는 시간이 당신을 성장시키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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