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퇴근길이나 주말에 혼자 거리를 걷고 있다보면 어떤 여자분들이 나에게 말을 걸곤 한다. 처음에 아무것도 몰랐던 사회 초년생 시절에도 늦은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역 앞에서 어떤 여자가 내 앞에 서더니 말을 건다.
'어? 뭐지? 나한테 관심 있나? 아직은 먹힐 만한가 보다.‘
혼자 우쭐해하면서 생각하던 차에 다시 한번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관상이 좋으세요! 혹시 시간되시면 잠깐 이야기라도 하시는 게 어떠신지..”
“어? 그래요? 어떻게 좋은가요?”
“복도 많으신 것 같고.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근처 어디가서 이야기라도 하실까요?”
“그러시죠. 시간도 많은데.. 근데 저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시죠?”
“관심이 아니라 관상이 좋다고 했는데요...”
“관상이 좋아 보이는 게 관심이 있다는 표현 아닌가요?” (어이가 없다..)
“네네.. 일단 저기 보이는 커피숍이라도 가죠.”
자리를 옮겨서 S벅스에 들어갔다.
“저는 따라왔으니 커피는 사주시는 거죠?”
“네? 각자 사야죠! 왜 제가 사야 하는 거죠?” (또 어이가 없다..)
“이것 보세요! 저는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들으러 온건데 그 정도는 사야 예의 아닌가요?”
“아! 네네.. 제가 잘 몰랐네요.” (이 여자 뭐지??)
그리고 커피 두잔을 겨우 그 여자가 사오고 나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런데 제 관상이 어떻게 좋나요?”
“눈이 선해보이시고, 코도 복코고......”
쭈욱 긴 설명을 나열한다.
“그럼 제가 잘생겼다는 말씀인가요?”
“푸핫!”
이 여자 뭐지?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갑자기 웃는다.
“왜 웃으시죠?”
“관상이 좋다고 했는데, 잘생겼다라는 건 다른 건데요.”
“관상이 좋으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잘 보이는 거고, 잘 생겼으니 더 좋은 거 아닌가요?”
“우리 도가 쪽에서 그런 게 아니구요.”
“도가요?”
“혹시 도를 아십니까?”
아 말로만 듣던 그거였다는 생각에 나도 참 순진한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제가 설명을 드릴게요...”
“싫은데요..”
“왜요?”
“제가 왜 도를 알아야 하는지 10가지 이유만 말해주세요.”
..........
대답을 못한다.
“그럼 도 말고 다른 이야기 해볼까요? 뭐하시는 분이세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세요?”
“그럼 할 말 없는 거고, 이야기 다 끝난거죠?”
“아니요. 아직 남았는데...”
“무슨 이야기요?”
“도를 아시냐구요.”
........... 남은 커피를 원샷하고
“저 혼자 도 닦겠습니다. 그리고 멘트 연습 좀 더 하시는 게..너무 외운티가 나네요.”
“네... 그랬나요?” (대체 이 여자 뭐야?“
“먼저 일어납니다.”
그리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아직도 1년에 한 두 번은 저런 분을 만난다. 요새는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가거나 대놓고 관상이 좋다고 하면
“제 관상은 더럽고 도를 더 닦아야해서요! 혹시 도를 아십니까? 제가 알려드릴게요.”
하면 먼저 도망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