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책읽기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명심보감 인문학>을 읽고 있다. 유독 한 구절이 눈에 띄었다.
“사람의 정은 모두 궁색한 가운데 멀어진다.”
정말 공감되는 구절이다. 부유하고 잘 나갈때는 사람의 정이 넘치지만, 그 반대로 형편이 어려워지면 있던 정도 멀어진다. 딱 10년전에 그런 경험을 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서 월급을 50%밖에 지급을 못하게 되자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합사를 나가 있던 나와 부사수를 제외하고 사표를 냈다.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나에게 직원들은 욕을 했다. 이미 네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던 터라 사표를 내면 갈 곳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같이 참여하여 직원들과 한편이 되는 게 옳은 일이었지만, 내 처지부터 챙겨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냉정하게 판단했다. 아마 사표를 낸 직원들은 내가 정이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직원들이 일괄사표를 내고 나가자 나를 포함한 부사수 등 3명이 남았다. 기존 직원들이 하던 프로젝트까지 다 떠안게 되었다. 직급은 과장이지만, 나는 사장님 바로 아래 위치에 서게 되었다. 작은 회사지만 내가 2인자가 된 것이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외주업체 계약과 관리, 발주처 응대 등을 직접 하게 되었다.
내 처지가 부유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몰려들었다. 여기저기 같이 일을 하자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 이리 사람들의 정이 넘치는 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나를 거쳐야 회사 일이 돌아갔기 때문에, 점점 나는 거만해졌다. 초심을 잃었다. 그저 사람들이 웃으면서 잘 대해주는 게 좋았다. 참 멍청하고 미련하게 그것이 다 비즈니스 관점의 인간관계인 줄 모르고.
그것이 오래갈 줄 알았지만, 1년만에 해고를 당했다. 그래도 회사를 나오게 되어도 그 동안 베풀고 도와주었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잘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기우였다. 명심보감에 나왔던 말처럼 내가 궁색해지자 다 멀어졌다. 나란 사람을 본 게 아니고, 내가 일했던 회사와 배경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이 사라지니까 사람들은 나를 아는체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참 신기루 같았다. 매일 10통 이상 울리던 전화가 아예 울리지 않는다. 도움을 청하는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서러웠다. 아무런 벨소리도 울리지 않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꼈다. 그때부터 어떤 사람도 쉽게 믿지 못하게 되었다.
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제는 웬만하면 진짜 친해지지 않으면 맞추려 하지 않는다. 점점 정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이다. 그래도 성향을 바꿀 수가 없는지 사람들에게 정을 많이 나눠주는 편이다. 삭막한 세상이지만 초코파이 하나라도 나눠먹는 정이라도 있어야 살만하지 않을까? 그 사람이 잘 나갈때만 정주지 말고, 잘 되지 않았을 때라도 챙겨주자. 정말 정이 필요할 때는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순간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주자. 그 정 하나가 그를 다시 일으켜주는 원동력이 되고, 당신의 평생 자산이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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