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 죽음은 가까운 곳에 있다.
2006년 한창 바쁜 일로 야근하던 날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보니 대학 졸업반 시절에 같이 PC방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4살 어린 후배다.
“형! 오랜만이야!”
“어. 지금 미안한데 내가 좀 일이 바쁜데 다시 전화하면 안될까?”
“형, 미안하지만 바쁜 거 아는데 잠깐 지금 얼굴 볼 수 없어? 잠깐이면 되는데.”
“아 정말 미안. 나 내일 오전까지 빨리 끝내야 해서. 지금은 안되겠다.”
“알겠어. 형..”
전화를 끊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취업준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나서 후배를 한동안 보지 못했다. 중간에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였다. 취업을 하고 나서 매일 바쁜 업무로 야근이 많다보니 약속을 하고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다시 집중했다.
늦은 밤 퇴근길 자꾸 후배가 마음에 걸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지만 받질 않는다. 좀 이상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다시 자나보다 라는 생각에 나도 집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고 새벽녘에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이 시간에 전화올 때가 없는데. 졸린 눈을 비비며 화면을 보니 후배다.
“무슨 일이야. 안 잤어?”
“00가 죽었습니다.”
“네? 누구시죠?”
“00 친구에요. 저도 사고소식을 들었는데, 거의 마지막 통화한 이름이 있길래 소식 전했습니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이제 빈소가 차려진 터라 유족들도 경황이 없다. 너무 놀란 마음에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친구란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여자 문제와 부채로 힘들어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나에게 전화한 것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염없이 내 눈은 쉬지 않고 눈물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투명한 미래에 서로 의지했던 그 후배가 이젠 이 세상에 없다.
언제나 영원히 같이 있을 줄 알았다. 좀 더 잘되서 만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이 세상을 떠날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시간내서 보듬어주고 위로해 주었을텐데. 시간이 정말 많을 줄 알았다. 죽음은 언제나 이렇게 가까이 일어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 잘 죽는다는 것은
래리 로젠버그의 <잘 죽는다는 것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조만간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사실과 직면해야만 한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상반된 것으로, 삶은 지금 일어나는 것이고 죽음은 아주 기나긴 길의 끝에나 일어날 어떤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건강하고 아프지 않다보니 죽음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전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레스큐>를 쓴 김강윤 저자의 강연 덕분에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는 소방관이란 직업을 가지고 매 사고 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죽음의 현장을 목격한다고 했다. 아침에 멀쩡하게 출근했지만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즉사한 사람, 강으로 뛰어내렸는데 시신을 찾지 못한 사람 등 수많은 사람들이 예기치 않게 죽는 모습을 보고 많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멘탈이 정말 강하지 않는 이상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김강윤 저자는 시간은 유한하고, 사람은 언젠간 죽는 날이 오고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존재하는 것과 매사에 감사하면서 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나도 언젠간 생의 마지막 날이 온다. 잘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이승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고 또 버티면서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갖고 싶은 일들을 다 이루고 떠나고 싶다. 한 번 사는 삶에 이 세상에 내 흔적 하나는 남긴다. 그것을 통해 단 한 사람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상태로 그렇게 살다가 편하게 자다가 죽음을 맞고 싶다.
삶과 죽음은 항상 공존한다. 멀리에 있지 않다. 내일 당장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 빨리 지나간다. 하지만 죽음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겁고 행복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보내자. 잘 죽는다는 것은 그만큼 내 생애에 미련이 많이 남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도 시간은 흐른다. 15년전 후배의 기일. 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어본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일어날 수 있다.”
#잘죽는다는것은 #죽는다 #죽음 #삶 #라이팅 #글쓰기 #글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