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by 황상열

가끔 지인이나 친구들과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한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고 있다 보니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계속 버텨볼 때까지 견뎌봤지만 이제는 한계가 왔다고 울먹이는 친구의 목소리에 같이 힘이 빠진다. 재작년 말에 회사를 그만두고 야심차게 식당을 차렸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아 결국 가게 문을 닫게 되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어떻게 하면 잘 사는가에 웰빙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다시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통화 중에 지인이 한참 흐느끼다가 나에게 질문했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왜 자꾸 나에게 이런 시련만 오는지 모르겠다. 부자가 되고 싶었지만 이제 그런 건 꿈꾸지도 않아. 그냥 하루하루 걱정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듣고 있는 나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했다. 행복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라고 나온다.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것인데, 지금 현실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시간이 갈수록 나라는 점점 부유하고 풍요로워지는데, 그 시대를 살고 있는 개개인은 점점 불행해지고 있다.

common8JU5IFP3.jpg

그럼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가장 우선순위에 손꼽는 것이 돈이다. 롭무어의 <머니>에서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더 행복해지기 전에 돈을 쓸 수 있는 능력과 돈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정말 돈이 최고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결혼하고 나서 월급이 밀려 생활고에 빠졌을 때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볼 면목이 없었다. 그 뒤로 돈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돈 공부는 조금씩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었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다. 지인 중에 중소기업 대표가 있다. 알짜배기 기업으로 소문나 1년에 버는 매출도 어마어마하다. 그의 아내와 가족은 캐나다에 있다. 기러기로 산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외국 남자와 바람이 난 아내가 이혼통보를 했다. 매달 생활비와 학비로만 몇 천만원을 지원했는데, 그 돈이 바람필 때 쓸 줄 누가 알았을까?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그는 사업을 접었다. 1년 정도 방황하다가 지금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고 있다. 여행도 다니고 자신이 배우고 싶은 분야의 공부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그를 보면서 돈이 행복의 척도는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다시 한번 행복의 조건을 조지 베일런트가 쓴 <행복의 조건>에서 찾아봤다. 그녀는 안정적인 결혼생활, 어려움에 대처하는 자세, 금연, 적당한 음주, 적정 체중유지, 규칙적인 운동습관, 높은 교육수준을 언급했다. 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즉 좋은 습관으로 채우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람마다 행복의 조건이나 기준은 다르다. 많은 조건들 중에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을 고르면 그만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빈도를 많이 만들자.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처럼. 한번뿐인 인생 행복하게 살다가 가는 것도 가장 큰 성공이 아닐까 한다.


#행복의조건 #행복 #돈 #명예 #부 #권력 #리셋 #인생 #글쓰기 #글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stress-1331259_960_72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안 좋거나 불쾌한 일에 대처하는 가장 빠른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