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한지 5년차가 되던 어느 가을 아침이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배가 너무 아프다.
전날 회식으로 소고기를 맛나게 먹었는데, 이놈의 배속은 그걸 못 받아들일까?
고등학생 시절부터 장이 좋지 않아서 뭔가를 먹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화장실로 뛰어가곤 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화장실에서 1차 볼일을 보니 속이 편한 느낌이다.
그 시절 다니던 직장은 역삼역 근처였다. 또 집은 광명이라 버스를 타고 신도림역까지 가서 2호선을 갈아타야 했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괜찮았다. 그런데 신도림역 정거장이 가까워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릴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속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속은 계속 부글부글 거리고, 적어도 1분안에 화장실을 가지 않으면 곧 일이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 상황이다.
아직 버스가 도착하려면 2분 정도가 남았고, 정거장에 미리 온 버스가 빠져야 내릴 수 있다. 머리가 하얗다. 빨리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신도림역 화장실로 뛰어가야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직은 참을만하다. 고지가 저기인데... 나는 할 수 있고, 바로 뛸 수 있다. 머리로는 결정을 했지만 몸은 벌써 반응을 시작하려고 한다. 미칠 것 같았다.
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린다. 교통카드를 찍는둥 마는둥 하고, 바로 뛰기 시작했다. 그래도 왕년에 100m 달리기를 좀 했던 사람이다. 오로지 고지에 도달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다. 그런데 엉덩이에 힘을 주고 뛰어야 하니 힘이 배로 든다. 고지까지 200m 남았다.
사람을 가로질로 고지에 도착했는데... 이런 자리가 없다. 아시다시피 신도림역은 출근하는 사람이 어마어마한데, 오늘 나같은 사람이 많나보다. 그래도 기다려서 저 문을 뚫고 들어가야 볼일을 볼 수 있기에... 또 참고 기다린다. 3분이 지나도 문이 안 열린다. 이제 정말 참을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그 찰나에 문이 열렸다.
사람이 나오는 걸 밀치고 앉았다. 다행이다. 문 밖에 있는 사람이 화가 난 거 같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조용하다. 그냥 간 거 같다. 내가 이겼다.
오랜만에 오늘 오후 신도림역 디큐브시티에서 고등학교 동창 첫 아이 돌잔치에 갔다가 그 화장실을 들어갔다. 너무나도 생생한 추억에 한번 웃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앞으로도 그런 일이 있으면 무조건 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