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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마음이 힘들었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by 황상열

퇴근길 지하철이다. 역시 사람이 많다. 겨우 좌석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때는 책을 펼치는 것도 민폐다. 역시 집까지 시간을 보낼 때 가장 좋은 것이 스마트폰이다. 오늘은 어떤 뉴스가 있는지 인터넷 앱을 열었는데, 어디선가 누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얼굴을 들어 앞을 바라보니 한 젊은 여자가 울고 있다. 옷차림을 보니 직장인인 듯 했다.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얼굴을 돌려 쳐다본다.


“엉엉엉....”

그녀의 눈물은 언제 그칠지 모를 정도였다. 무슨 일이 있어 저렇게 우는지 궁금했다. 역시 한국 사람들은 그냥 저 여자가 우는가보다 생각하지 원인이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면 남의 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울고 있는 그녀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깜짝 놀란 그녀는 그제서야 눈물을 좀 닦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00야! 나 오늘 회사에서 해고당했어. 너무 힘들어.”


남자친구인지 친한 동서친구인지 통화하는 상대방은 누군지 몰랐다. 그래도 그녀와 가까운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분명했다.


“왜 내가 잘려야 하는지 모르겠어. 난 열심히 시킨대로 일했는데..”


다음역에서 내려야 해서 더 이상 그녀의 통화는 들을 수 없었다. 여기까지 들은 대화만으로 유추하기로 그 젊은 여자는 아마도 다니던 회사에서 어떤 일이 생겨 회사를 나오게 된 것 같았다. 나도 해고당한 적이 있기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오늘 하루종일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뻔히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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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30대 중반의 나는 마음이 매일 무겁고 힘들었다. 발주처와 공무원의 갑질, 끝이 없는 업무량, 반복되는 야근과 밤샘근무.. 그것보다 더 괴로운 건 그렇게 바쁘게 일을 하는데 이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지 못할 때였다. 일한 만큼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대기업의 50~60% 수준 돈을 받았다. 그런데 그 임금마저 몇 개월 동안 밀려서 받지 못했을 때는 참담함을 넘어 너무 비참했다. 술을 마시지 않고는 도저히 잠들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매일 그렇다 보니 나의 마음은 울분으로 가득찰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마음이 힘든 날은 글을 쓴다. 내 마음이 왜 힘든지 생각나는 대로 쓴다. 그 원인이 사람 때문인지, 내 스스로가 만든 생각의 문제인지, 주변 환경이나 시스템의 탓인지 등등 모든 것을 써본다. 그렇게 쓰다보면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한다. 치밀었던 분노가 써내려가는 한 글자에 조금씩 줄어든다. 지하철에서 펑펑 울었던 그녀에게도 한번 글을 써보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오늘도 사실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은 아니다. 바쁜 일상에 마음이 힘든 순간은 경중의 차이일뿐이지 늘 있다. 그럴때마다 노트를 펼쳐서 펜으로 끄적이거나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타자를 친다. 글쓰기는 이제 내 마음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친구이다. 오늘 힘들었다면 글을 한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 지하철의 그녀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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