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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Oct 20. 2016

Calling occupants...

Overture; 두 번째 거짓말

URL을 확인해 보니, 이 글이 100번째다. 아직 발행하지 못하고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것까지 포함해서... 100번째에 연대기 2막을 열게 되니, 뭔가 딱 맞아떨어지긴 한다. 그렇다고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998년부터 백수 생활을 하고, 1999년 11월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2000년 여름에 아내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놀면서 세상을 바라보다가 문득 '작은 회사'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작은 회사가 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인적으로는 PD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른 무언가를 찾던 중 관심이 동영상 제작 옆(혹은 웃)동네인 '마케팅'의 영역으로 이사 가게 된 것도 영향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고, 인포머셜 광고(TV 홈쇼핑)를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길을 찾게 되었다.


3악장으로 구성된 클래식 음악 구성에서 2악장은 주로 잔잔하고 느린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의 2막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가장 화려하고 치열했던 시간들이었다. 나중의 추락까지 생각하면 가장 높이 날았던 시기였다고 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시기의 일들을 다시 생각하는 게 좀 어렵다. 어쩌면 (그 시간들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2016년 3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2막의 커튼은 내려졌지만, 아직 여운은 많이 남아있다.


또 하나 이 시기는 내가 음악과 결별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음악을 아예 듣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전처럼 특별한 뮤지션을 기억하거나, 나만의 곡을 찾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1999년 이후의 뮤지션들에 대해서는 얼마 전부터 다시 알게 된 경우가 많다. 그동안 수집했던 LP나 CD도 천천히 사라져 갔다. 때문에 선곡의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나의 연대기'의 곡들은 해당 시절에 자주 듣거나, 들렸거나, 좋아했던 곡들이다. 그래서 곡이 먼저 있고 거기에 맞추어 글을 맞추었다. 약간은 시간적인 순서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내용도 곡의 분위기와 내용에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다. 이야기가 있고, 거기에 맞는 곡을 고르게 된다. 지금까지 뮤직 비디오였다면, 앞으로는 BGM이다. 곡을 선곡하는 방식이 수월할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니 더 어렵다. (영화나 방송 스탭에 음악 감독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요즘 들어 글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아졌다(불만이 없었던 적은 없다). 고등학교 시절에 쓴 글을 서른이 지나서 다시 읽을 때의 오글거림과 참담함이 이제는 1개월만 지나고 다시 살아온다. 작가가 되고자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그저 내가 살아가고 즐기는 한 방식이지만, 내가 쓴 글을 내가 다시 읽는 어색함은 도무지 사라지지가 않는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두 번째 거짓말'이란 제목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에 대한 오마쥬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국내 출판 제목일 뿐, 애초에 연작도 아니다. 각각 독립적인 소설인데, 그중 하나의 제목이 '세 번째 거짓말(The third lie)'이다. 약간 의미는 다르지만 1999년부터 2015년까지를 묶어서 생각해 보면 거짓말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붙인 제목이다.


날짜나 시간을 정해 놓고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나의 연대기' 2막은 올랐다.


3:47 EST (Klaatu, 1976))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by Klaatu): 7분 14초(싱글 버전은 3분 23초로 편집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작사/작곡: Terry Draper, John Woloschuk

1976년 발매된 클라투(Klaatu)의 첫 번째 앨범 "3:47 EST(지금까지 이 앨범의 제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ㅠㅠ)"의 첫 번째 수록곡

클라투는 캐나다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으로 예전에 국내에서는 베일에 싸인 그룹으로 소개되었다. 국제적으로는 클라투가 비틀스라는 루머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위키에 언급이 되어있으니... 결론은 전혀 관련 없다. 애초에 폴 매카트니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얘기도 전혀 공감 안되긴 했다.)

클라투(Klaatu)는 1951년 흑백 SF 영화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이라는 영화의 캐릭터(무려 주인공!)에서 따왔다고 한다. 대표곡도 그렇고, 후속 앨범들의 콘셉트도 그렇고, 멤버들이 UFO 덕후였던(설마 지금까지?!!) 것 같다.

이 곡은 이듬해(1977년) 카펜터스(Carpenters)가 커버하여 발표했다. 무려 160명의 뮤지션 스탭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곡은 매우 심플한 편이다. 사실 카펜터스는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카렌 카펜터(Karen Carpenter)의 목소리만 있으면 되지 않나?!! 성적은 당연히 카펜터스 버전이 조금 더 좋다.

World Contact Day(매년 3월 15일)와 연관된 곡으로 카펜터스의 싱글 커버에 'The Recognized Anthem Of World Contact Day'라고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이 곡의 가사 역시 World Contact Day의 공식 메시지를 변형한 것이다.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that have been observing our planet EARTH. We of IFSB wish to make contact with you. We are your friends, and would like you to make an appearance here on EARTH. Your presence before us will be welcomed with the utmost friendship. We will do all in our power to promote mutual understanding between your people and the people of EARTH. Please come in peace and help us in our EARTHLY problems. Give us some sign that you have received our message. Be responsible for creating a miracle here on our planet to wake up the ignorant ones to reality. Let us hear from you. We are your friends.

내가 영어 가사를 완전히 외워서 립싱크가 가능한 몇 곡 중의 하나다. 그래도 한 때는 꽤 많았는데, 지금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

가사도 그렇고 해서... '응답하라~~'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이 곡이 생각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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