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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Nov 03. 2016

And we'll never be royals

욕심에 대한 역설

가능하면 삶을 '미니멀'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버리면 된다. 쓸데없는 미련 갖지 않으면 된다. 가벼우면 움직이기도 쉽고,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도 쉽다. 그런데 물건들은 쉬운데, 마음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지난 주에 가방(백팩)의 어깨끈이 뜯어진 것을 발견하고, 에코백으로 바꿨다. 그런데 이동 시간이 길고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이 많다 보니 에코백으로는 부족하겠다 싶어서 다시 백팩을 사야겠다 생각했다. 지난 수요일 저녁 퇴근하던 길에 가게에 들렸다. 아직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게 안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프라인을 훨씬 더 선호한다. 예산은 5만 원 이내로 찾아보려고 마음먹었다. 마침 세일 표시가 붙어 있기에 괜찮아 보이는 것의 가격을 물었다. 4만 7천 원이란다. 어쩌면 그거면 충분했었는데.... 살짝 옆의 매대를 보았다. 그동안 내가 찾던 딱 그 사이즈와 형태의 백팩이 있었다. 그쪽도 세일이라고 하길래 넌지시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17만 원이 넘었다. 뭐랄까 굉장히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한 달 생활비를 다 던져 17만 원짜리 백팩을 샀다(앞으로 한 달 굶거나, 빌붙어야 한다 ㅠㅠ). 앞으로 오래 사용하면 되는 거긴 하지만(대표적인 합리화 핑계!)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도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소유는 개뿔!!)


욕심 혹은 욕망이 행복의 적이라고 매번 침 튀기며 말하지만, 도무지 그것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아예 나락으로 떨어져 자포자기하지 않는 이상, 먹고살만하면 가장 먼저 잡초처럼 되살아 나는 것이 그 '욕심'이다. 게다가 그 정도가 심해지면 이해하기 힘든 현상까지 만들어 낸다. 때로는 교묘하게 그 형태를 바꿔서 나타나기도 한다. 아무리 '나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공언해 봤자, 어느 순간 탐욕에 사로잡힌 모습을 볼 때가 온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욕심 중의 하나가 '지금 이대로'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보통 이런 바람을 이야기할 때는 '난 아무 욕심 없어, 소박하게 지금 이대로만 살면 좋겠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게 왜 큰 욕심이냐 하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좋아지길 바라는 것만 욕심이 아니다. (상대성 이론을 생각해 보자) 욕심이 없다는 것을 가장 큰 욕심에 담아 이야기하니 의식하기 쉽지 않다.


결국 욕심을 버리라는 것은 부질없는 요구다. 그래서 난 생각을 바꿨다.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욕심이 생긴다면 그것을 위해 움직이라고. 나쁜 것은 욕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욕심을 '거저'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돈이 필요하면 그만큼 일해야 하는 것이고, 돈보다 다른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돈에 대해서 미련을 버리면 된다. (우선은...! 이게 지나치면 결국 정도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무언가 주어지기를 바라는 건... 사실 욕심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내게 지금은 '금욕'보다는 '행동'이 필요한 때다. 


The Love Club EP Cover (LORDE, 2013)

Royals (by Lorde): 3분 10초

작사/작곡: Lorde, Joel Little

2012년 Lorde의 데뷔 EP 'The Love Club'에 두 번째 곡으로 수록. 후에 2013년에 발매된 정규 데뷔 앨범 "Pure Heroine'에도 세 번째 곡으로 발매되었다. 싱글로는 2013년 7월에 발매.

로드(Lorde)는 1996년생의 뉴질랜드 출신 뮤지션이다. 데뷔 당시의 나이는 16세. (아직도 20세, 그런데 사진 보면.... 믿기지 않는다. 솔직히 누나처럼 보일 때도 있다. ^^;;)

변방의 듣보잡에서 순식간에 세계적인 스타로 태어난 셈이다. (뉴질랜드가 비록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영미권을 하나의 시장으로 본다면 사실 그렇게 변방 출신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곡은 굉장히 중독성이 강하다. 로드(Lorde)의 목소리도 무거운데 사운드도 미니멀하면서 두텁게 전개되어 처음 접할 때는 약간 으스스한 느낌이었는데, 한번 빠지면 자꾸 듣고 싶어 지게 된다. 아트팝(Artpop) 혹은 일렉트로 팝(Electropop)으로 분류하는데, 요즘의 장르 구분은 거의 말장난 수준이라고 생각해서 큰 의미부여는 하지 않는다.

일렉트로닉은 사실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데, 전자 사운드를 이 곡처럼 미니멀하게 사용하는 것은 좋다. 비슷한 경우가 2013년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 등장했던 '사라질 것들'이란 곡이다. 이 곡과 비슷한 느낌이다. 한 번은 그 노래를 노래방에서 불렀는데, 같이 있던 사람이 이 노래 부르는 사람 처음 본다(그만큼 재미없는 곳이라서.. ㅎ)며 신기해했다. 

사치스러운 삶과 그것 추구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곡인데... 스타가 되어 버린  Lorde의 지금 생활은 어떤지... 궁금하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이런 식으로 비꼬는 코멘트들도 본 적이 있다.)

이 곡은 후에 리믹스나 커버도 꽤 많은 편인데, 포스트모던 주크박스(PMJ)도 Puddles Pity Party(노래 잘한다!) 보컬로 커버한 바 있다. 지나치게 시크한 코러스의 표정이 눈길을 끈다. 이들의 다른 커버 곡과는 달리 원곡과의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다.

https://youtu.be/VBmCJEehY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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