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밤이 늦었고, 이제 막 오늘의 마지막 일을 끝냈습니다.
그냥 찜질방에 가서 따뜻하게 잘까 생각하다가 이어폰을 꽂습니다.
몇 시간 전, 노래 한 곡을 듣다가 문득 울컥했었습니다. 우리가 '살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어떤 것인지... 그걸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나도 '살았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서도 아닙니다. 그저 어느 한 사람이 '살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어서 그랬나 봅니다.
갈 길은 멀고, 거리에는 쌉싸름한 바람만 넘칩니다.
귓속에서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목소리가 아주 살짝 숨 가쁘게, 그리고 알듯 모를 듯 떨리게 들립니다. 하마터면 걸을 뻔했습니다(밤새도록). 택시를 탔더니 어떤 길로 가는지 기사님이 물어보십니다. 자동차 전용 도로가 아닌 도심 길을 택했습니다. 귓속에서 자꾸 창 밖을 보라고 합니다.
경복궁 앞을 지나면서 그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어느새 차창에는 김이 서려있고, 밤은 낮의 혼란스러움을 차분하게 덮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지나 효자동을 지날 때, 수북이 쌓인 노란 은행나무 잎 위로 또 눈처럼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을 봅니다. 마음이 살짝 덥혀질 때쯤, 귓속에서 '괜찮다, 괜찮다'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노래를 기록하고 싶어 졌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고된 하루였고, 외로운 하루였고, 눈물 나는 하루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은 좋았습니다.
온전히 노래 하나 듣는 것이 마치 처음인 것처럼 좋았습니다.
제가 '레오나드 코헨(Leonard Cohen)'을 열광적으로 좋아했거나 광적인 팬은 아니어서 추모의 한마디를 남길 주제는 안됩니다. 그래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If the sun would lose its light
And we lived an endless night
And there was nothing left that you could feel
That's how it would be
What my life would seem to me
If I didn't have your love to make it real
If the stars were all unpinned
And a cold and bitter wind
Swallowed up the world without a trace
Ah, well that's where I would be
What my life would seem to me
If I couldn't lift the veil and see your face
And if no leaves were on the tree
And no water in the sea
And the break of day had nothing to reveal
That's how broken I would be
What my life would seem to me
If I didn't have your love to make it real
If the sea were sand alone
And the flowers made of stone
And no one that you hurt could ever heal
Well that's how broken I would be
What my life would seem to me
If I didn't have your love to make it real
(Lyrics by Leonard Cohen)
If I didn't have your love (by Leonard Cohen): 3분 35초
작사/작곡: Leonard Cohen/Patrick Leonard
2016년 10월 21일 발매된 레너드 코헨의 마지막 앨범(14번째 스튜디오 앨범)의 5 번째 곡
지난 토요일에 레너드 코헨(이전에 레오나드라고 썼었는데, '레너드 코언'이 올바른 표기라고 한다. 코언까지는 아직 적응이 안된다) 검색을 통한 방문자가 늘어서 봤더니, 타계했다는 소식이 떴다. 뭐 시간이 가면 오래된 사람들 하나둘씩 떠나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레오나드 코헨의 중량감은 확실히 다르다. 이래저래 영미권(특히 미국)의 사람들에게는 치가 떨리는 2016년인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
이 전에는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소식 때, 내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레너드 코헨이 아니고? 였다.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밥 딜런의 영향력이 한 레벨 위라고 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다시 코헨을 찾는 이유가 되었다.
지난 10월에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은 유고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사실 어느 한 곡 꼽지 않아도 된다. 그저 제목을 위해 한 곡을 뽑았을 뿐, 이 앨범은 전체가 한 곡이며, 한 삶이다. 그래도 한 곡을 꼽는다면 'If I didn't have your love'나 'Treaty'가 좋지 않을까...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노래 한 곡을 듣는 것이 얼마나 괜찮은 일인지... 그러니까 꼭 들어 보시기를 바란다. 내가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다면, 카페 하나 빌려서 레너드 코헨의 노래로 시간을 채우고 싶다. 계속 노래를 틀어 놓는 것이 아니라, 한 곡 듣고.... 조용히 혹은 이야기하고, 또 한 곡 듣고...
아주 사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데, 노인네들이 아무 노래나 갖다가 자기 맘대로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럴 바에는 그냥 조용히 있기를 바라는데, 이 분은 제대로 보여 주셨다.
최단 시간에 나의 송북에 기록되는 노래다. 아직까지는...(하지만 이후로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