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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Aug 17. 2016

641개 중의 하나

off you (by The Breeders) from Her(2013)

우연찮게도, 몇 개의 서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영화 '그녀(Her)'를 언급한다. 2년 전에 보았던 영화다. 내가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유는 'Off You'라는 멋진 곡과 The Breeders라는 밴드를 알게 해 준 것 때문이다.


금메달감 로맨스 영화라고 소개하길래 '어? 그건 아닌데...'라는 왠지 모를 삐딱한 생각이 들어, 대학 시절 이후 전혀 하지 않았던 영화에 대한 평을 하게 만들었다. 혹시라도 내가 그때 잘못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화를 다시 한 번 보았다. 그리고 결론은 그때 그대로다.


영화 '그녀(Her)'는 사람들이 믿는 사랑이란 감정에 대한 보잘것없음? 에 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사석에서는 이보다 더 거칠고 단호하게 표현한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2개의 대사(사실 이걸 확인하려고 영화를 다시 본 것이긴 하다.)를 보면 그렇다.

사랑이란 게 사회적으로 용인된 미친 짓이잖아.
(원문은 이렇다. "I think anybody that falls in love is a freak. It’s a crazy thing to do in the first place. It’s kind of a form of socially acceptable insanity.")

얼마나 많은 사람하고 사랑하고 있는 거야?
641 (실제 영화는 짧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이어진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사랑이 유일한 것이고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랑이란 건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진다. 항상 같이 있고, 이야기하면 된다. 상대가 남자이건, 여자이건, 동물이건, 영화에서처럼 OS이건 간에... (편지만으로도 사랑의 감정을 만들 수 있는데....)


주관적인 관점에선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특별한 것이겠지만, 밖으로 나와보면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영화 속의 OS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냥 현실에서도 밖에서 보면 641개의 사랑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한마디로 사랑은 '환상'이고, 그렇기에 공인된 '미친 짓'일 수 있는 것 아닐까?


영화 '그녀(Her)'는 그렇게 사랑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사랑에 대한 질문과 답을 늘어놓고 있다. 나의 관점은 바깥에서 본 것이다. 하지만 안에서 보는 사랑에 담론도 많은 장면과 대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로맨스 영화라기보다는 한 권의 철학책 같은 느낌이다. 달달한 맛보다는 깊고 씁쓸한 맛을 남기는...


Off you (by The Breeders): 4분 57초

작사/작곡:  Kim Deal

2002년 5월 발매된 The Breeders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Title TK의 세 번째 수록곡. 싱글로는 3월에 먼저 발매되었다.

2013년 개봉된 영화 '그녀(Her)'에 삽입되었다. 이 곡이 삽입된 장면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고독한 일상'이 잘 표현된 부분이다. 다만 이 곡의 가사와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다. 그래도 곡은 좋다.

The Breeders는 얼터너티브 록의 시조라고 할만한 픽시스(Pixies)의 베이시스트인  Kim Deal의 사이드 프로젝트 밴드로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총 3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내고 일단 흩어졌다가 2008년 새로운 앨범을 내면서 돌아왔다.

애초에 Throwing Muses의 Tanya Donelly와 의기투합해서 시작한 밴드였지만, Kim Deal만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유일한 멤버고 나머지 멤버들은 많이 바뀌었다.

픽시스(Pixies)의 음악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안 들지만 음악 스타일은 좋다.

물론 The Breeders의 자료를 찾아보면서 픽시스의 Kim Deal이라는 이름을 보고는 호감이 확 생긴 것도 사실이다. 나의 경우는 너바나의 곡들보다는 픽시스의 곡들을 훨씬 좋아한다.

영화 Her의 사운드트랙에 담긴 곡들은 영상과 분리해서 들으면 많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 지금도 가끔씩은 사운드트랙 전체를 듣곤 한다. 확실히 영화보다는 사운드트랙을 훨씬 더 좋아한다. 다만 'Off you'외에는 특별히 선호하는 곡은 없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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