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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May 17. 2016

We need somebody to lean on

위로받는 이상한 방법

#1

어느 순간, 떠밀리듯이 한 사람을 안게 되었다. 두 손을 둘러 안았지만, 처음에는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가슴과 어깨에 슬쩍 무게감이 내려앉았다. 묘하게도 그 순간 나는 오히려 둥실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조금 더 지난 후에는 살짝 흔들림이 느껴졌다. '우는 건가?'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어느 새 한 달이 훌쩍 지나고, 나 자신도 무척이나 퍽퍽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그 순간 나는 위로받고 있었다. 누추한 내 안에서 누군가 위안을 얻을 수 있다니... 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잠시 동안 나를 한없이 편안하게 만들었다.


#2

오랜만에 만났다는 건, 그 전에 만난 기억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다행히도 17년이 지났음에도 그 기억이 살아 있어서... 오랜만에 한 선배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옛날에도 깊이 이야기하거나 많은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처음 만나는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틀렸다. 반드시 상호작용이 있어야 교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생각보다는 훨씬 더 많은 교감이 있었고, 작은 기억의 흔적들이 그것을 살리고 이어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선배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그러는 가운데 나는 형을 안아 주었다. (나보다) 커다란 몸이 내 품에 안길 만큼 자연스럽게 작아졌다. 따뜻했다. 이런 따뜻함을 받아 본 적이 있었을까? 작은 차이로 안기는 사람과 안아 주는 사람이 구분되기는 하겠지만, 서로 주고받는 위로는 어떻게도 구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나고 보니 그랬다. 한 동안은 넉넉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무언가를 갖고 있는 만큼 더 가지려 했을 뿐이다. 나를 비우고 비웠더니 오히려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얻게 되었다. 그런 것일까? 무언가 필요해서 여유 있는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청할 수 있겠지만, 실상 그 사람이 줄 수 있는 건 부수적인 것들 뿐이다. 힘들고 여유가 없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위안이 아닐까. 위안은 한 방향으로 누가 누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깊게 연결되었을 때,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Lean on me (by Bill Withers): 4분 17초

작사/곡: Bill Withers

1972년 4월 21일 발매(싱글)

누구의 곡인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명곡들이 있다. 세상의 배경 음악인 것처럼, 언제 어느 장소에서라도 들을 수 있고, 또 그렇게 들으면 좋은 노래들.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명곡들이 그렇다. 이 노래뿐만이 아니라,  'Ain't no sunshine', 'Just two of us' 등.

미국 빌보드 차트에 서로 다른 가수가 불러서 1위에 오른 곡이 총 9곡이 있다고 하는데, 이 곡이 그중에 하나다. 1987년 '클럽 누보(Club Nouveau)'라는 R&B 그룹이 커버하여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바 있다. 그루브 넘치는 R&B 댄스곡으로 만들었는데, 원곡과 별 차이는 못 느낀다. 원곡은 발라드이지만, 그 안에 내재된 리듬감이 강하다는 증거 아닐까?

그리고 독일에서 결성되어 주로 유럽에서 활동한 랩/힙합 그룹인 '투포 패밀리(2-4 Family)'도 이 곡을 커버해서 살짝 인기를 얻었었다. 무난하게 들어줄만한 것 같다.

필립 K. 딕의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를 읽으면서 마지막 장면에 살짝 이 곡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전반에 걸쳐서 매치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Song of book'을 위해서 다른 곡을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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