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Jan 26. 2017

To be your best american girl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

늘 냉정한 사람이 부러웠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사람.... 이런 경우는 2 가지다. 하나는 완전히 미친놈이라서 외부의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않는 경우. 다른 하나는 속이 깊어서 다 받아낼 수 있는 경우.


나는 어느 경우에도 속하지 못한다. 비교적 잘 참다가도 결국에는 확 터져버려서 그동안 쌓은 냉정한 이미지를 몽땅 무너뜨리곤 한다. 그래서 스스로 다혈질이라고 인정하려 해도, 평소에는 그렇게 잘 흥분하지도 않는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체성'이란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보니 나는 끊임없이 외부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나 혼자서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봐야 큰 의미가 없다. 가령 나 혼자 있으면 화낼 일도 없고, 내가 어떤 사람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정체성'이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의 문제가 되고, 이랬을 때 중요한 것은 내가 보는 나가 아니라 남이 보는 나의 모습이 더 비중이 있어야 한다.


미츠키(Mitski)의 'Your best american girl'은 정체성의 문제를 아주 자연스럽게 담고 있다. 비록 곡이 나온 배경은 아주 단순한 것-인터뷰에 의하면 '어렸을 적에 드라마를 보면서 배경이 서로 다른 남녀가 사랑하는 데, 왜 안돼?라고 생각했던 것이 자라서 보니까, 안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곡을 쓰게 됐다고 한다-이지만, 이 곡은 정체성의 문제를 섬세하게 담고 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뮤지션을 찾았다. 외국에서는 이미 2014년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 인디 뮤지션이긴 하지만...) 


다시 나로 돌아와서....


요즘 들어 스스로 위험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감정적으로 '화'가 늘었다고 느껴서다. 이전에도 밝혔다시피 내가 절대로 용서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데, 거기에 참지 못하는 것들까지 쌓였다. 스스로 정해 놓은 원칙을 깨고, (여기에) 그때그때 감정을 토로해도 도무지 가시질 않는다. 이게 시대의 문제인지... 아니면 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어딘가에 몰두하고 싶은 데.... 지금은 단순한 일에도 집중이 어렵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매 순간 어렵다.


Puberty 2 (Mitski, 2016)

Your best american girl (by Mitski): 3분 32초

작사/작곡: Mitski Miyawaki

2016년 발매된 미츠키(Mitski)의 4 번째 앨범 'Puberty 2'의 5 번째 수록곡이자, 리드 싱글.

롤링스톤 선정 2016년 베스트 앨범 23위, 피치포크 선정 18위, 메타크리틱 합산으로는 14위. 참고로 2016년 앨범 중에 이 3가지 모두 순위를 받은 앨범은 18장이다.

미츠키(Mitski)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디 록 뮤지션이다.  1990년생이고, 올해로 26세. 이름에서 짐작한 대로 일본인... 은 아니고, 혼혈이다.(아마도 아버지가 일본인, 어머니가 미국인으로 추정... 하지만 정확하게 보도된 자료는 없다.) 일본에서 태어났고, 뉴욕에 정착하기 전까지 콩고, 말레이시아, 칠레 등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런 배경이 음악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기 때문에 쉽게 수긍이 된다.

맨날 옛날 음악만 끼고 사는 것 같아 작년부터 연초에 외국 전문지의 결산 차트를 보면서 새로운 뮤지션과 앨범을 접한다. 그 와중에 발견한 것이 이 앨범이다. 인디 뮤지션이라 앨범을 구하기 어려웠지만, 유튜브에서 보고는 확 꽂혔다. 아주 근사한 뮤직 비디오인데... 19금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이 곡의 뮤직 비디오보다는 'happy'의 뮤직비디오가 더 충격이다.

사실 음악적으로는 새롭지는 않다. 사운드는 라디오헤의 'creep'과 비슷하고, 목소리는 외국에서는 극찬했지만, 국내에서는 이소라로도 충분한 정도(3집의 B사이드는.... 압권!)다. 새로운 음악을 찾고자 했지만, 결국은 늘 그대로다. 이쯤 되면 취향이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집중해서 듣다 보니 미츠키의 매력 포인트를 나름 찾을 수 있었는데, 멜로디가 굉장히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얼핏 들으면 동요풍으로 들리는데, 이런 멜로디를 펑크와 그런지 사운드로 감싸니... 음식으로 치면 딱딱한 튀김옷이 말랑말랑한 소를 감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맛있을 수밖에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