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Feb 14. 2017

I need another world

Will there be peace?

언제인지도 모르게 하루가 지나고, 드디어 어둡고 빈 방의 문을 연다. 불을 켜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작고, 하루 비워둔 만큼의 한기가 가득 차 있는 이 공간에 되돌아오기 위해 나는 하루 종일 애를 썼다. 가만있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빈 공간....


주섬주섬 챙겨 온 물을 꺼내 놓고... 무엇을 할까, 생각한다. 술 한잔 더하고 싶다. 이렇게 술을 더하고 싶다는 것은 외롭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건 위험하다는 표시다. 애써 아침에 모아둔 설거지를 하면서 정신을 돌린다. 그리고 음악을 찾아 듣는다.


오늘 그래미상 시상식이 있었다고... 그래서  아델( Adele)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다고 해서 다시 한번 처음부터 들어 본다. 뭔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좋아하던지 상관없이 나에게는 큰 감흥이 없다. 주변의 앨범을 보다가 'Anohni'의 앨범 'hopelessness'를 튼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유튜브를 통해 Antony and the Johnsons를 찾아본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Anohni'는 트랜스젠더다. 나는 이 이름을 성전환 후에 사용하기 시작한 이름이라고 이해해서 그 전의 모습을 찾아본 것인데... 결론은 그건 별 의미 없는 것이었다.


Antony & The Johnsons, Metropole Orchestra - Live at Carre (57 min)라는 동영상을 본다. 냉정하게 이야기한다면 'Anohni'의 앨범보다 더 좋다. 57분이나 되는 동영상을 그대로...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빠져 들었다. 다시 한 곡 한 곡 가사와 함께 찾아보면서 'Another World'라는 곡을 골랐지만 이 공연의 어느 한 곡도 빼놓을 수 없다.


'아름답다'라는 말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인지, 아름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되묻게 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공연 영상은 아니 이 공연에서 들려오는 음악은 진짜 '아름답다'. 예뻐서도 아니고, 편안해서도 아니다. 조금은 불편하고, 약간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 어느 순간은 그리 조화롭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름.답.다. 그냥 눈물이 고이고, 그래서 다른 무엇인가로 주의를 돌리려 해도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 나에게 왜 음악을 듣느냐고 묻는다면,

이제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공간에 그런 아름다움을 채울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Another World (by Antony & The Johnsons): 4분 2초

작사/작곡: Antony Hegarty (a.k.a. ANOHINO)

2009년 발매된 Antony and the Johnsons의 세 번째 앨범 'The Crying Light'의 6 번째 수록곡. 하지만 2008년에 같은 타이틀로 EP로 발매되었으며, 첫 번째 싱글로 발매되었다.

Antony Hegarty는 2016년에 'ANOHNI'란 이름으로 'Hopelessness'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이름을 바꾼 것 이외에 음악적인 부분에서의 차이는 사실 없다고 보인다.

싱글 커버는 '부토'라는 일본의 전통 무용 공연자인 카즈오 오노(Kazuo Ono)이며, Pierre-Olivier Deschamps라는 사진작가가 1984년에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The Crying Light'앨범에는 Naoya Ikegami라는 작가의 1977년 사진을 타이틀로 사용했는데, Antony는 앨범 자체가 카즈오 오노에 대한 헌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왜?'인지는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면 이해가 간다.)

이 공연 장면을 보면.... '아름답다'라는 말의 무한한 복잡성을 체감할 수 있다. 댓글 중에 인상적인 것 한 가지 'It makes me so sad that someone like Justin Bieber has 3 billion video views and this has under 300k. Somewhere society has made a huge mistake.' (그래도 지금까지 800k는 넘었다. ^^;;)

https://youtu.be/7sjO0w2LRWc?t=3m40

매거진의 이전글 Oh, Biko, Biko, because Bik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