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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30. 2017

Oh, Biko, Biko, because Biko

살아남은 자의 슬픔

구글 메인 화면에 촛불이 켜진다. 어쩔 수 없이 살아 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무관심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조건반사 현상이다.


아직 날도 밝지 않았다. 어둑어둑한 창 밖을 한번 보고 물을 마시고... 멍하니 앉아 있다. 한참을 지나서 담뱃갑을 열어 보니 그대로다. 웬일로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그제야 담배 하나 피고 다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누운다. 아직 날도 밝지 않았다.


잠든 듯 아닌 듯... 다시 일어났다. 어느새 날은 밝았다. 모처럼 밥을 해 먹고자 쌀을 씻는다. 2인분을 준비한다. 오늘은 저녁까지 생각해서 조금 많이 한다. 밥을 안치고 된장찌개를 준비한다. 물에다 된장 양념과 준비된 채소를 넣고 끓이면 된다. 혹시 몰라서 소금 약간과 고춧가루를 넣고 밥이 다 되는 시간에 맞추어 천천히 끓인다. 


밥이 다 되고 한 그릇은 저녁을 위해 따로 퍼 놓고, 아침을 먹는다. 된장찌개와 김치. 처음에 맛을 볼 때는 조금 강한 맛이었는데... 그럭저럭 괜찮다. 아마도 다른 누군가가 맛보았으면 토할지도 모르는 맛이겠지만, 지금까지 음식 맛 가지고 투정 부린 기억은 없다.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된다.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난다고.... 채소는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 것이고... 양념은 모 엉망진창이지만... 맛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남기지 않고, 버리지 않는 것이다.


책을 바라보지만 요 며칠 몇 장 읽지도 못하고 덮었다. 그래서 아예 펼치지도 못하고 그냥 껍데기만 바라보다 포기한다. TV를 켜도 시큰둥... 다시 꺼버린다. 조용하다. 좀 추운 기분이 들어 방 온도를 살짝 높인다. 따뜻한 커피 마시면서 다시 멍하니 창 밖을 본다. 동네에 놀러 온 중국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떠들고 있다. 방도 따뜻해지자 다시 몸이 쳐진다. 또 누운다. 


그래 봐야, 한 시간... 늘 그렇다. 깨어 보니 창 밖으로 눈이 내린다.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 아직도 잠에서 덜 깬 것 같은 기분으로 다시 창 밖을 본다. 눈이 오는 모습을 이렇게 방 안에 앉아서 창 밖으로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더욱 꿈꾸는 것 같은 기분이다. 방금 꿈에서 벌어졌던 일도 생각난다. 재수 없게도 기억하기 싫은 일들이 변형되어 나타났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자꾸만 꿈에 나타난다. 이미 없는 사람들임에도...


보일러 돌아갈 때, 우선 설거지를 해 놓는다. 얼마나 차이 날 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 해 아끼는 수밖에 없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선다. 막상 밖으로 나서보니 눈 내리는 것도 시큰둥하다. 아무것에도 눈길 주지 않고 편의점에 들러 소주며, 맥주며, 챙긴다. 금방 방에 돌아와서는 1월 예결산 파일을 열고 입력한다. 식료품 항목이 크게 마이너스다. 너무 잘 먹고 있나? 하는 생각에 2월 예산을 다시 잡아 본다. 그래도 전체 예산은 68,320원 남았다. 아직 이틀이나 남았지만, 돈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밖은 벌써 어둑해졌다.


아침에 해 놓은 식은 밥을 꺼내 볶는다. 이것저것 오늘이 아니면 버릴 재료들을 꺼내 섞는다. 생각보다 밥이 덜 식어 잘 섞이지 않는다. 타든 말 든 꾹꾹 찍어 눌러 다른 재료와 섞는다. 남은 김치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레드 제플린(Led Zepplin)을 오래간만에 찾아본다. 거의 잊혔던 노래들...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롭다. 덕분에 예전에는 몰랐었던 소리가 들린다. 딱딱하고 날카로운 드럼 소리다. 조용하고 어두운 겨울 방안에 제법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낡아 빠진 LP바에 어울 릴만 한 소리다. 좋지만... 아직 리스트에 올릴만한 그 무언가가 빠져 있다. 그냥 다시 들어 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어느새 보일러가 다시 돌아가고... 다시 쌓인 빈 그릇과 컵을 닦는다.


나 스스로 밥을 해 먹는다는 것도 요즘의 일이다.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Peter Gabriel Album Cover (1980)

Biko (by Peter Gabriel): 7분 22초

작사/작곡: Peter Gabriel

1980년 발매된 'Peter Gabriel' 앨범의 10 번째 곡이며 싱글로도 발매되었다. 이전과 이후에도 앨범 제목이 계속 'Peter Gabriel'이어서 헷갈리기 쉬운데, 3 번째 앨범이며, 통칭 'Melt(커버 이미지를 보고...)'라고 부른다.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제네시스(Genesis)의 멤버로서 7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이후 솔로로 독립하여 지금까지 9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1집부터 4집까지의 앨범 제목이 모두 'Peter Gabriel'이어서 대체로 앨범 커버 이미지로 구분한다.

록 음악사에 혁신적인 뮤지션으로도 유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권운동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 곡은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곡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흑인 인권운동가인 'Steve Biko'의 죽음을 모티브로 만든 곡이다. 1977년 체포된 후 감옥에서 구타당하고는 의도적으로 방치되어 결국 사망하게 된 사건이다. 가사에 이 부분이 나온다. (솔직히 우리는 이런 일을 지금까지도 너무나 많이 겪어서...  참... 공허하다.)

피터 가브리엘의 원곡이 조금 길고 또 (음악 스타일에) 적응이 안되면 'Playing for change'의 커버를 추천한다.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데, 훨씬 듣기 좋다. 아쉽게도 비디오는 공개된 바가 없다. 곡을 들으면 누가 누군지는 쉽게 알 수 있는데... (물론 다른 비디오들을 열심히 본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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