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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Dec 31. 2016

I'm your private dancer

참 뻔뻔하다.....

아직 난 살고 있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 자신이 참 뻔뻔해진다.


만약 그때 내가 죽었다면? 아마도 모든 것은 사라졌으리라... 책임이든, 의무든, 빚이든, 도덕적인 문제든, 아쉬움이든...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거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 쉽게 용서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제 살아있으니 뻔뻔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벌여 놓은 일들에 대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뻔뻔해지게 된다. 더 심하게는 조금이라도 더 잘 살고 싶은 욕망까지 스멀스멀 피어난다. 뻔뻔할 뿐만 아니라 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 문제는 그 수치심이 너무 커지면 살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사는 일 자체가 뻔뻔함을 강요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잊힌다는 것도 뻔뻔함을 강요한다. 내일을 알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기억하려고 애쓰거나 기록하지 않는 이상, 하루하루 날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잊힌다. 쉽게 잊힐수록 더 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곤 한다. 그러니 어떻게 사는 게 뻔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곡의 가사가 귀에 들어 오는 순간, 잠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I'm your private dancer, a dance for money, I'll do what you want me to do' 지난봄... 내 머리 속에 맴돌던 생각이 그대로 담겨있다. 생존이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니까...


2016년, 나는 뻔뻔하게 살아있다.


Private Dancer (by Tina Turner): 7분 11초

작사/작곡: Mark Knopfler

1984년 12월 28일 발매된 티나 터너(Tina Turner)의 5번째 솔로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5 번째 수록곡이나, 미국에서 발매된 초판 Vinyl에는 B면 마지막 곡이다.

티나 터너 솔로 커리어의 최고 성공작으로 무려 7곡이나 싱글로 발매되었고, 그중에 'Private Dancer'는 앨범과 같은 날에 싱글로 발매가 되었다.

음악적으로 기존에 고수했던 R&B, Funky를 기반으로 팝, 락으로 역량을 확대했다고 평가(이렬 경우 골수팬들은 변절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ㅎ) 되는데, 전 남편이 아이크 터너와 함께 한 시절 이후 그저 그런(?) 솔로 활동을 하다가 이 앨범을 계기로 포텐 터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보컬 역량으로 보면 왜 진작 이렇게 안 했는지 의문이다.

위에도 적었다시피 이 곡의 작곡자는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다. 원래는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Love over gold'앨범에 수록될 예정(연주파트까지 녹음)이었으나, 보컬 문제(곡의 내용이 남자가 부르면 좀 이상하다는??)로 포기했는데, 계약상 2년 동안 배포가 금지되어 있어, 2년이 지난 후에 티나 터너가 부르게 되었다. 티나 터너의 곡도 연주는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 멤버들이 맡았는데, 드러머와 기타리스트만 바뀌었다. 그리고 바뀐 기타리스트는 제프 벡(Jeff Beck)이다!!

티나 터너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 하나는 1984년 당시 그녀의 'What's love got to do'가 빌보드 (3주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곡이 존 웨이츠(John Waite)의 'Missing you'였다. 그런데 티나 터너는 1996년에 이 곡을 커버했다. (얼마나  괘씸했으면... ㅋㅋㅋ)

곡뿐만 아니라 이 앨범 자체가 '죽기 전에 들어야 할 앨범 1001'에도 포함되어 있고, 롤링스톤지의 80년대 최고의 음반 100선에도 46위에 랭크되는 등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최고의 앨범으로 꼽힌다.

티나 터너는 '섹시하고 거친 보컬'의 대명사다. 유튜브의 비디오를 찾아보면 늘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데, 자신감 있고, 열정적인 모습 그 자체이고, 그런 비주얼에 걸맞은 목소리를 낸다. 개인적으로 자주 듣는 편은 아니지만, 뭔가 무기력한 느낌이 들 때면, 한번 찾아 듣게 되는 마력이 있다.

음악팬들에게 최악의 해가 2016년이라면... 이 앨범이 발매된 1984년은 역대 최고의 해가 아닐까 싶을 만큼 좋은 앨범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나 팝, 록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의 최고작이 다량으로 탄생된 해이었기도하다. 결국... 이런 날이 있는가 하면 저런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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