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Mar 06. 2017

There's a light in the darknes

Rocky Horror Picture Show와 함께한 일주일

어떤 것들은 너무 유명해서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겐 'Rocky Horror Picture Show'가 그런 경우다. 컬트 문화를 낳은 중요한 영화로 늘 언급되기에 기억은 못하지만 한번 본 적이 있겠거니...라고만 생각하고, 뭐랄까 B급 호러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근래에는 호러물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가까이하기 먼 그런 영화였다.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다. 미국 드라마 '콜드 케이스'의 엔딩 곡을 정리하다가 곡의 제목을 모르겠어서 검색을 시작했다. 'There's a light'이라고 검색을 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정식 곡명은 'Over at the frankenstein place.'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멜로디(고풍적이면서 조금은 동요 같은..)인 데다가, 가사도 괜찮아서 내가 왜 이걸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시작은 그랬다.


본격적으로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아는 수전 서랜든, 미트 로프 등이 출연한 영화. 원작자인  Richard O'Brien도 영화에 출연하고, 영화 이전에 뮤지컬로 이미 성공한 작품이라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50~60년대 SF와 B급 영화에 대한 오마주 혹은 패러디로 구성된 내용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알았던 것과는 반대였다. 애초에 이상한 영화였으나, 컬트 팬을 양산시켜 그 뒤로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반대였고, 심지어 뮤지컬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둔 후에 영화 제작이 되었다.


그래서 공연 영상을 찾아보았다. 유튜브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Rocky Horror Show Live Cinema Screening'으로 2015년에 TV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영상이다. 시작 중간 부분 등에 리포터로 보이는 진행자가 나와서 호들갑스럽게 떠들고, Amnesty International 후원을 위한 기획이라는 크레디트도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데 일단 19금 이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었다는 점에서 놀랬다. 실제 관객 중에는 14살 짜리도 있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해설이 들어가는 고전적인 형식이었다.


그다음에는 음반을 찾아보았다. 영화 사운드트랙과 뮤지컬 캐스트 리코딩도 여러 종류를 찾아서 들어 보았다. 아마 이틀 정도는 족히 쉬지 않고 이것만 들은 것 같다. 그럴 만큼 음악들이 괜찮고, 익숙한 곡들이 많다. 특히 이 뮤지컬의 시그니처 곡이라는 'Time Warp'는 어디선가 굉장히 많이 들었던 것처럼(실제로는 잘 몰라서) 익숙한 사운드와 멜로디였다. 그리고는 오리지널 영화와 리메이크 영화까지 다 찾아보았다.


이 쯤되니 조금은 지루해지기도 하고, 해서 점점 내가 좋아하는 장면들만 골라 보거나, 보다가 잠들기도 했다. 극의 내용이 SF영화의 패러디라는 것도 알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뭐랄까 '소수 문화'의 코드가 이미 극 자체에 많이 담겨 있다는 것도 이해가 됐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떻게 컬트 팬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게 궁금했다.


자료를 보면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다고 한다. 아마도 인기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기대 이하였다 정도의 평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도 그런 경우는 종종 있으니까. 1972년 당시의 무대 영상은 확인할 수 없지만, 'Rocky Horror Show(뮤지컬의 경우는 'Picture'가 빠진다)'의 영상을 보면, 다른 뮤지컬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영화처럼 B급이라고 분류할 만큼 허술하거나 대충대충한 모습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실패했는 줄 알았는데, 반복 관람을 하는 일군이 사람들이 생기고 그 사람들이 출연자 분장을 하고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등의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앞선 '콜드 케이스'에서도 그런 대사가 나온다. 'Oh, it's not just movie. It's an experience.' 지금 시대에는 이 대사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게 평범한 일이니까(여전히 아닌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일주일을 'Rocky Horror Picture Show'와 함께 보내고 난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이 영화가 컬트의 시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B급 영화'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리 식으로 말하면 쉽게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든 음식 같은 것. 한마디로 대중들에겐 만만한 영화여서...

2. 애초 드라마 자체가 그런 용도였다.  시작과 동시에 나오는 곡이 'Late night, double feature picture show(정식 곡명에 Picture Show는 빠진다)'인데, 이것이 이 드라마의 성격을 규정한다. 'SNL'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 영화는 당대의 예능이다. 따라서 최대한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3. 역시 얘기를 듣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는 차이가 많다. 어디선가 얻은 정보는 아직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만이 나의 정보이고,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4. 이 영화에 좋은 곡은 많지만, 그래도 나는 'Over at the frankenstein place'가 제일로 좋다. 가사만 놓고 보면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5. 여전히 한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집착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성공과 실패도 결국 다 이 집요함 때문이었다. 그러니 원망할 수도 감사할 수도 없다. 그냥 그런 거다.


In the velvet darkness of the blackest night
Burning bright, There's a guiding star
No matter what or who you are 
There's a light in the derkness of everybody's life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Original Cover (1975)

Over at the Frankenstein Place: 2분 37초

작사/작곡: Richard O'Brien

Rocky Horror Picture Show 사운드트랙의 세 번째 곡이다. 뮤지컬 앨범에도 물론 세 번째 곡이다.

영화 개봉과 함께 발매된 OST 앨범은 처음에는 'Ode'라는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 처음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라졌는데, 'Jem Record'의 사장이 판권을 사들였는데, 이것이 앨범이 새로운 관심을 끌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원인 관계는 잘 모르겠다. 그런 세세한 영어 해석에는 좀 자신이 없어서... ^^;;)

최초의 사운드트랙에는 몇 곡이 누락되어 있다. 아무래도 LP니까...

1989년에 CD로 발매될 때에는 두 곡의 보너스 트랙이 있는데, 'Time Warp'의 리믹스 버전이다.

2000년에 25주년 기념 앨범이 나왔는데, 여기에는 초기에 빠졌던 2곡이 추가되었는데, 'Sword of Democles'와 'Planet, Schmanet, Janet'이란 곡이다. 후자는 영화에서 바로 추출한 곡이라고 한다.

내가 구한 버전은 '사설 버전'인 것 같은데, 트랙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고, 곡명도 조금씩 다르고, 마지막 트랙은 영화 전체의 사운드를 담았다. 아쉬운 대로 나쁘진 않았다.

뮤지컬은 'Rock Horror Show'라는 제목이고 Cast Recording은 각 나라별로 존재한다고 한다. 한국 캐스트 버전은 2001년에 발매되었다고 위키에 나와 있는데,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2007년에 발매된 런던 Original Cast를 구해서 듣고 있는데, 영화에 출연한 Tim Curry와 Richard O'Brien'이 나온다고 하는데, 아마도 내레이터로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6년에 TV용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여기에서도 Tim Curry가 내레이터로 등장한다. 2016년 TV 영화가 생각보다는 재미있다. 중간중간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리액션 컷이 있는데, 그 부분이 재미있다. 그리고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Rocky Horror Picture Show'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Can be heroes just for one da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