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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Apr 04. 2017

요즘에는... 이렇게 살아요.

I don't do that much talking these days 

어떤 때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서로 잘 연결된다. 때로는 그 연결이 확장되어 자연스럽게 내가 모르고 있던 것까지 드러내 준다. 그럴 때... 제법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 미술관이나 갤러리 투어를 다니고 있다. 오늘은 자하 미술관을 갔다. 윤석남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데, 4월 9일까지라고 해서 겸사겸사 올라갔다. 윤석남 작가도 처음이고, 자하 미술관도 처음이다. 너무 높은 데(?) 있어 미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다. 윤석남 작가에 대해서는 미리 자료를 좀 찾아보았다.

윤석남 개인전 '마침내 한 잔의 물이 되리라' (2017년, 자하 미술관)

요즘의 무릎 상태로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래도 마침내 다다른 미술관은 충분히 좋았다. 높은 곳에 있다는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없어서 혼자 여유롭게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대면한 그림들은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작가님의 드로잉 컬렉션이라 윤석남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들이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전시였다. 폴 오스터의 '공중 그네'도 생각나고(표지로 딱 어울리는 그림들...), 요즘에 계속 생각하던 어떤 아이디어와도 잘 맞았다.


그림들에는 글도 같이 써져 있는데, 그게 꼭 그림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린 시간을 말하거나, 그와 비슷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들도 있는 것 같아서... 그 점이 좋았다. 같은 이야기와 감정을 누군가는 그림으로, 누군가는 글이나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한 작가가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내내 들리지 않는 음악을 생각했다. 가수로는 소피 젤마니와 잘 어울리는 그런 전시회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이었다. 평온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조금 불편한 것도 있고... 마치 주머니 속에 송곳이 감춰진 듯한... 아니면 불덩이를 삼킨 채로 평온을 유지하는 듯한 기분... 시아(Sia)? 는 너무 세기만 한 것 같았고...(사실 작년 앨범 이후로 많이 소원해진 영향도 있고..ㅎㅎ) 그러던 중 갑자기 St. Vincent가 생각났다. 사실 너무 생뚱맞은 생각이긴 했다. 그래도 몰라서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만약에 오늘 보았던 그림들이 '익숙한 낯섦'이라면 확인해 볼 가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곡 중에서 These Days라는 곡이 뜨길래 클릭하여 들어 보았다. 가사도 찾아서 같이 보면서...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니코(Nico)의 곡을 커버한 것이라고 한다. 결국 임자를 찾았다는 생각. 이렇게 오늘 전시회와 주제곡이 연결되었다!!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끼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일은 그저 내 취미일 뿐이다. 내가 사는 방법이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일 뿐이다. 요즘은 이러고 있다. 당분간은 계속 이럴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이런 것들이 누군가와 연결될 때가 올 것이다.


Chealsea Girl Cover (Nico, 1967)

These Days (by Nico): 3분 30초

작사/작곡: Jackson Browne

1967년 발매된 니코(Noco)의 솔로 데뷔 앨범 'Chelsea Girl'의 2 번째 수록곡

실제 니코의 데뷔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조인트 앨범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실제 리코딩은 1966년도에 이루어졌지만, 발매년도는 1967년이어서 니코는 이 해에 2장의 앨범을 내게 된 셈이다.

잭슨 브라운(Jackson Browne)이 16살 때 만든 곡이다.

1973년에 그렉 올맨(Gregg Allman)이 다른 편곡으로 발매했고, 이 버전으로 잭슨 브라운도 녹음하여 같은 해에 발매했다.

내가 맨 처음에 들었던 St. Vincent의 곡은 2006년에 발매된 EP 'Paris is Burning'의 세 번째 곡이다. St. Vincent는 니코의 버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2001년 영화 '로열 탄넨바움(The Royal Tennenbaums)'에 삽입되면서 다시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미 곡 자체가 꾸준히 그 가치를 높여가고 있었다. 미국의 한 비평가는 이 곡이 '세월을 지나면서 조용히 클래식이 되었다'는 평가를 했고, 피치포크에서는 2006년 1960년대의 명곡 200선에 니코의 버전을 31위에 랭크시키기도 했다.

적어 놓고 보니... 참 많은 이름과 작품들이 얽혀있다. 그 중심은 앤디 워홀이다. 확실히 앤디 워홀은 파면 팔수록 무언가 나오는 보물 상자 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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